세계 무역전에 적극 대응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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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클린턴 시대의 미국이 펼쳐나갈 보호색 짙은 통상정책이 점차 그 흉한 실체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작년의 제소에 이은 후속조치로서의 철강수입 덤핑 예비판정은 접어두고라도 미국내 공공사업에 대한 EC업체의 참여제한,미국 자동차업계의 수입차에 대한 덤핑제소계획,그리고 마침내는 슈퍼301조의 부활이라는 비상수단의 발동준비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전세계를 상대로 통상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있다.
특별히 한국을 상대로 한 통상공세도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확대,지적재산권보호 강화,금리자유화의 조기실시,주식시장의 개방 등 압력성 요구의 범위와 강도는 여느 때와는 판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우려했던 미국 주도의 통상전쟁이 전세계로 번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이미 일본은 미국에 대한 맞대응을 공언하고 나섰고 중국산 철강수입에 대한 덤핑판정을 내림으로써 반덤핑제도 남용의 세계적 확산을 예고했다.
우리는 과연 미국이 전세계를 무역전쟁의 와중으로 몰아넣은 상황에서 당초 의도했던 국익신장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 고비를 남겨둔 우루과이협상의 타결로 세계무역의 순조로운 발전을 GATT체제의 테두리 내에서 추구하는 것이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공영에 이바지 하는 길임을 강조하고 싶다. 만약 미국의회가 슈퍼301조의 부활을 의결하고 클린턴이 이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것은 세계무역 대전의 촉발에 결정적인 뇌관역할을 할 것임이 분명하다. 모든 국가가 모든 국가를 상대로 보복과 맞보복을 일삼는 경제전으로 치닫기 보다는 이미 미국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산업경쟁력 강화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이 미국의 리더십 유지와 실질적인 국익신장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지적해두고 싶다.
긴장을 더해가는 무역전쟁의 전야에 우리가 해야할 일은 광전을 방지하기 위한 외교적 대응과 무역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개발이다. 무역전쟁의 가공할 파괴력에 대한 세계공동의 경계심을 바탕으로 통상공세의 남발에 압박을 가하는 세계적 여론조성에 우리도 한몫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역전쟁 그 자체에 대응하는 수단에 있어서는 비단 공세에 대한 방어 뿐만 아니라 우리도 때에 따라서는 공세를 취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같은 문제들에 때늦지 않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정부의 해당부처가 긴급현안들에 대한 실무적 대응을 계속하는 한편으로 새정부의 정책담당그룹과 현정부의 책임자들 사이에 통상전략의 기본골격만이라도 사전에 숙의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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