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바다 위 렉서스' 도요타의 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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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도요타가 ‘바다의 렉서스’로 고급보트 시장에 선보인 ‘포남(PONAM) 45’. [도요타 제공]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누르고 세계 최강의 자동차 회사로 올라선 일본의 도요타가 이젠 시장을 바다로 넓히고 있다. '바다의 렉서스'라는 프로젝트로 고급 보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렉서스의 고급 브랜드 이미지와 첨단 생산기술을 보트 제조에 접목시킨 '포남(PONAM) 45'이 사업 모델이다. 일본산 최고급 목재를 사용하고 렉서스의 전자제어장치를 이용, 하나의 스틱 조작으로 전방위 평행이동이 가능하게 했다. 길이 15m, 무게 18t의 이 고급 보트 한 척 가격은 1억2358만 엔(약 9억5000만원). 한 척을 만드는 데 두 달이 걸린다. 주문이 몰리는 바람에 도요타는 불과 1년여 만에 세계 고급 보트 시장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도요타의 여가용 보트사업은 1937년 창업 때부터의 '꿈'이었다. 회사 설립 당시 정관을 보면 도요타는 '육.해.공의 종합수송용 기기 제조업체'로 돼 있다.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豊田喜一郞)는 실제로 헬기 모형을 제작했고, 80년대부터는 항공기 엔진 개발도 추진해 왔다. 또 90년대 들어 창업자의 장남인 도요타 소이치로(현 명예회장)는 대형 선박, 수상스키용 소형 보트에 눈을 돌리며 바다 시장을 겨냥했다. 이후 경기회복으로 부유층들이 고급 보트 시장으로 몰릴 것으로 판단한 도요타는 고급 중대형 보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애초 도요타는 한 해 5척 판매를 예상했으나 수개월 만에 13척의 주문이 몰리기도 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젊은 기업인들이 고가의 보트에 관심을 보이면서 지난해 고급 보트 시장은 132억 엔 규모로 팽창했다.

끊임없이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도요타 정신은 보트 제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원래 보트 같은 소형 선박 제조 공정은 자동차 공장과 같은 고도의 설비가 필요 없다. 수주한 배를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뉴 재팬 마린'이란 선박제조 업체에 생산을 위탁하면서 도요타의 기술담당 직원을 현장에 상주시켰다. 그리고 관련 7개 업체의 종업원들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군살을 없애갔다. 선실을 일단 만들고 가구를 운반해 오던 것을 한 공장 안에서 같이 짜 조립해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없앴다. 이런 식으로 공정을 개선한 것만 이미 300개 항목에 달한다. 이 덕분에 몇 달 뒤부터는 보트 한 척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금의 절반인 1개월로 줄어들 전망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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