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율 대폭보장/올 주요그룹 인사의 특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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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제여건 변화맞춰 대폭 승진인사/「부회장­사장」 복수대표제 뿌리내려
대우그룹을 마지막으로 주요그룹의 임원인사가 끝났다.
주요그룹들은 지난해 수출여건의 악화와 국내경기의 침체로 경영실적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도 예상밖으로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삼성그룹(2백54명)과 현대(2백88명)·대우(1백97명)가 각각 창업이래 최대의 임원승진인사를 단행했으며 럭키금성도 승진폭이 가장 컸던 90년(1백63명)과 엇비슷한 1백60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이는 최고경영자가 단기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자율과 책임경영쪽으로 확실하게 밀고나가고 있으며 지난해 실적에 대해서도 경영의 실패라기보다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상황논리」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거듭된 정치파동으로 기업내부의 분위기가 상당히 이완되어 있으므로 신정부의 출범에 맞춰 흐트러진 분위기를 바로잡고 사기를 부추김으로써 『함께 새출발을 해보자』는 뜻도 대대적인 승진인사배경이다. 이번 인사에서 대우그룹은 창업1세대 전문경영인 3명을 새로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대부분의 주요그룹들이 주력기업 사장을 대표이사부회장으로 승진시켜 「부회장­사장」의 복수대표이사 경영체제를 확립했다.
「옥상옥식 직급인플레」라는 우려도 있지만 복수경영체제는 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경영진을 두텁게 보강해 기업경영에 안정성을 부여하고 인사숨통도 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로 그룹의 중심경영층이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의 전문경영인으로 대폭 젊어졌으며 승진임원의 절반이상을 기술직과 영업직이 차지,과거 관리직 위주에서 생산과 영업·연구분야를 점점 중시하는 쪽으로 인사방향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주요그룹 이사진의 구성은 대개 이공계를 졸업한뒤 입사이후 20년 정도의 경력에 영업이나 생산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화의 흐름에 맞춰 해외에서의 현지화전략에 따라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현지경영의 자율권을 대폭 보장하기 위해 해외지사나 현지법인 책임자의 직급을 한 단계씩 상향조정한 것도 눈에 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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