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어공연 마친 장사익 “수십년 이민 설움 한 방에…” 교포 말 듣고 뿌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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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장사익(58·사진)이 한달간의 미국 투어공연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는 4일 서울 대학로 쇳대 박물관에서 공연 보고회를 가졌다. ‘그리움 내려놓고…’라는 보고회 타이틀처럼 장씨는 미국 땅에서 구성진 소리로 그리움을 마음껏 풀고 왔다고 했다. 지난 한달간 뉴욕·시카고·워싱턴·LA 등 미국 4개 도시에서 열린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현지 프로모터 없이 자체 기획한 공연임에도 1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았다. 뉴욕타임스는 “피를 토하듯 톡 쏘는 음색이 감동적이었다”고 보도했다. 메릴랜드의 아시아 아트&컬처센터, 뉴욕시티센터 등에서 초청공연 요청도 들어왔다. 공연을 본 일본 공연기획자는 즉석에서 내년 일본투어 공연을 제의했다.

-미국 공연을 마친 소감은.

“떠날 때는 된장 하나 어깨에 짊어지고 태평양을 건너가는 심경이었다. 교포 관객들이 내 노래를 숨소리도 죽여가며 듣는 걸 보고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공연을 했던 뉴욕에서는 공연장 스탭들이 무척 고자세였다. 그래도 우리는 공연을 잘 치러냈다. 그랬더니 스탭들 태도가 180도 바뀌더라. 그 뒤부터 공연이 수월하게 풀렸다. 사실 적자도 봤지만, 세계 어느 곳에 가든지 최상의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장사익 음악의 어떤 부분이 관객을 감동시켰다고 보나.
 
“블루스, 재즈, 힙합, 알앤비 등 미국 음악은 이성적이고 화려하다. 우리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따라하는 것은 모방일 뿐이다. 그들의 음악에는 없는 톡 쏘는 맛을 살렸다. 고추와 마늘의 매운 맛 같은 음악이다. 미국의 유명 재즈뮤지션이 내 노래를 듣더니 ‘당신 음악이 블루스 같다’고 했다. 언어는 달라도 음악은 통하는 것이다. 느리지만 액센트와 인간미가 있는 음악이 우리의 경쟁력이고 자부심이다.”
 
-교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교포 관객들이 모두 ‘난 40년 살았소’ ‘난 30년이요’하면서 미국에서 살아온 세월을 숫자로 말하더라. ‘40년 이민생활하면서 가슴에 맺힌 것을 한 방에 털어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슴이 뿌듯했다. ‘한국에는 관심없던 애들이 공연을 본 뒤 밤새도록 한국 문화에 대해 얘기하더라’며 고마워하는 가장들도 많았다.”
 
-향후 계획은.

“샌프란시스코·애틀랜타·메릴랜드 등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왔다. 숙고해서 결정할 생각이다. 내년 일본 투어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글·사진=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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