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평창] IOC위원 투표 기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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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7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평창은 겨울올림픽 개최지 결정 투표 직전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서 '감동 전략'을 펼쳤다. PT에는 한국전쟁 때 헤어진 아들을 남북 이산가족 상봉으로 만났지만 사흘 뒤 다시 북으로 보내야 하는 이영희(총회 뒤 작고) 할머니의 비극이 담겨 있었다. IOC 위원들은 "평창이 제일 잘했다"는 평가를 내렸고, 1차 투표 결과 평창은 51표를 얻어 밴쿠버(40표)와 잘츠부르크(16표)를 제치고 1위를 하는 선전을 펼쳤다. 그러나 3위인 잘츠부르크를 제외하고 실시한 2차 투표에서 평창은 단 2표만 더 얻은 반면 밴쿠버는 16표(2차 투표에는 오스트리아 IOC 위원도 투표)를 더 얻어 역전에 성공했다. 유럽 표가 대부분 밴쿠버로 몰렸기 때문이다.

평창은 여기에서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부동표가 많다는 것 ^그래서 마지막 PT가 중요하다는 것 ^IOC 위원들이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고정표의 극대화를 위해 IOC 위원들과 인간적인 유대가 중요하다는 것 등이다.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IOC 위원들은 어떤 기준으로 투표할까.

◆개인 취향과 개인적 친분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를 40년 가까이 취재한 영국의 몰리 마이어(68.전 로이터) UPI 기자는 "(경험적으로) IOC 위원들은 개최 도시의 편의성과 쾌적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 달 정도 가족이 여행도 하고 경기도 보기에 적당한 곳을 선호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치안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과테말라 총회에 가족을 동반한 IOC 위원이 적지 않았다.

김운용 전 IOC 위원이 제3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던 시절 한국은 아프리카.중미.아시아 위원들로부터 많은 표를 얻었다. 이때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개인적인 유대였다. 이건희.박용성 두 IOC 위원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종 PT > 실사 보고서

프라하의 사례에서 보듯 최종 PT는 투표에 큰 영향을 준다. 마지막까지 개최지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표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효과적인 PT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실사 보고서는 투표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평창과 잘츠부르크는 '엑설런트(Exellent)', 소치는 한 단계 아래인 '베리 굿(Very Good)' 평가를 받았지만 IOC 위원들은 큰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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