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막오른 2차 금융빅뱅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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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민은행은 최근 비밀리에 한누리증권 인수를 사실상 확정했다. 당사자끼리는 이미 합의를 끝냈고, 감독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국내 최대 은행의 증권사 인수는 증권업계는 물론 금융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3일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차 금융빅뱅이 막 시작된 것이다.

◆막 오른 2차 금융빅뱅=국민은행 관계자는 4일 “한누리증권을 인수키로 하고 최근 양자 간 계약을 맺었다”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국민은행이 증권사 대주주 자격요건이 되는지에 대한 의견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승인만 떨어지면 바로 인수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1~2주 내로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금감원의 해석이 나오는 대로 한누리증권과 가격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잰걸음이다. 기업은행 강권석 행장은 수차례 증권사 인수나 설립 의사를 밝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전국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증권사 한두 곳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지만 신규로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증권사를 인수하면 중소기업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업무를 주로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005년 세종증권을 인수했던 농협도 몸집을 더 키우겠다며 다시 증권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내로라하는 은행ㆍ증권사 중엔 다른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최근엔 재보험사인 코리안리 박종원 사장도 “자통법 시행에 따른 금융업종 간 겸업화·종합화 추세에 맞춰 증권사ㆍ자산운용사의 인수도 검토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증권연구원 노희진 연구위원은 “자통법이 본격 시행되면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M&A 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며 “최고·최대 IB(투자은행)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덩치를 키우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모든 증권사는 ‘잠재적 매물’=교보증권 대주주인 교보생명 이석기 경영기획실장은 최근 부쩍 외국계 투자은행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는다. 그는 “교보증권을 팔 계획이 없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계속 문의가 온다”며 “자통법이 시행된다니까 더 서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협 금융기획부 홍재은 팀장은 “요즘은 증권사가 먼저 나서서 팔겠다는 경우는 없고 은행이 사겠다고 증권사를 찾아가는 전형적인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이라며 “세종증권 인수 때만 해도 증권사와 직접 거래했지만 요즘은 직접 거래가 불가능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불과 1~2년 전에 비해 증권사의 몸값이 크게 오르고 목소리도 커졌다는 것이다. 최근 있었던 KGI증권 인수전에선 KGI증권이 품귀현상을 악용,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등 불투명한 매각절차로 원성을 사기도 했다. 프리미엄이 1000억원까지 치솟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금감원은 서둘러 신규 증권사 설립 허가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인재 선점 경쟁도 이미 불붙었다. 우리은행은 올 초 종합금융단 소속의 IB조직을 부행장 산하의 IB본부로 승격시켰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전문가 10여 명을 스카우트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에 IB 관련 전문가가 많지 않아 현재 7명만 채운 상태다. 국민은행도 한누리증권과의 가격협상에 맞춰 IB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한다는 방침이다.  

안혜리·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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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코리안리 대표이사사장

1944년

[現] 기업은행 은행장

1950년

[現]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

195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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