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연발 클린턴 감점/문창극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취임 1주일을 넘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의 잦은 실수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는 군대 내에서 동성연애를 허용하겠다는 말을 꺼내놓았다가 군부와 의회의 반대로 어정쩡하게 물러나 있고,여성 법무장관을 임명했다가 내정자의 위법사실이 드러나 자친철회 하는 해프닝도 벌였다.
또 부인 힐러리를 장관을 6명이나 거느리는 의료보험 개혁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하여 미국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문제뿐 아니라 그의 무신경한 행동도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클린턴은 매일 아침 백악관을 나와 워싱턴 시내 거리를 30여분 조깅하는데 취임전 한두번은 신선한 모습으로 비쳤으나 이제는 골칫거리로 변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고 처음 워싱턴을 방문했을때 아침조깅을 하고 트레이닝 차림에 땀방울 떨어지는 얼굴로 근처 맥도널드 햄버거 식당에 들러 아침을 먹는 보통시민들과 어울려 커피 한찬을 마시는 모습은 서민대통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후에도 매일 거리를 뛰어 경호를 어렵게 하고,시민들의 출근길을 막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이 움직이니 경호차가 줄줄이 따르고 그의 리무진까지도 만일을 위해 따라가니 출근길이 막힐 수 밖에 없다.
조지 부시 전대통령의 경우 이러한 경호문제 때문에 워싱턴 근교의 군부대로 가 조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클린턴의 행동을 놓고 『아직도 아칸소 주지사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 보좌팀들은 클린턴대통령이 실수를 연발하고 있는 것을 의식,백악관 안에 선거운동 때와 같이 상황실을 만들어 대책을 강구하고 여론조사 기구를 별도로 운영하기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참모들은 『클린턴대통령이 어느 누구보다도 머리가 좋은 사람이니 일주일간의 이러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