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없이 「홀로서기」 시도/이기택대표 기자회견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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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과거청산 요구로 새정부에 짐지우기/당내일부선 “위상제고용이다” 비난도
민주당의 이기택대표는 27일 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부정부패 척결 등 개혁을 꼽는 한편 과거청산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주장은 「김대중」 없는 제1야당의 홀로서기를 시도,여야의 정치복원에 나서겠다는 의욕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내 일부에선 3월 전당대회의 당권경쟁을 의식한 자신의 위상 제고용이라고 격하하는 의견도 없지않다.
이 대표가 회견을 통해 김영삼 차기대통령에게 개혁실시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6공 비리척결을 요구한 것은 김 차기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지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6공청산의 덫을 던짐으로써 앞으로 민주당의 대여투쟁방향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차기정부가 정통성 등의 부담이 없기때문에 야당이 정치공세의 방향을 잡기가 힘든 상황에서 이 대표는 6공비리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물론 차기정부에 부정부패척결 등을 포함한 개혁의 단행을 촉구한 측면도 강하다. 그런 점에선 이 대표가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이 대표는 일문일답에서 자치단체장 선거의 연기를 시사하는 등 신축성있는 태도를 보였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시대의 여야관계의 정립을 위해,또 자신의 당권쟁취에 유리한 국면을 조정하기 위해 김 차기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 대표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요지.
­여야영수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있는지….
『상대방이 있어 뭐라 장담할 수 없으나 가능성이 있다. 여야영수회담의 필요성에 대해 여당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여야영수회담이 개최될 경우 무엇을 주로 논의할 것인가.
『개혁의 방향,자치단체장 실시시기,경제활성화 문제,비민주악법 개폐문제,김대중 전대표에 대한 용공음해문제 등을 논의하겠다.
개혁의 방향은 몇사람이 골방에서 논의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민의 여론 수렴을 해야하고 이를 위해 임시국회 등에서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자치단체장선거 실시시기에 대해 당내에서도 이견이 있는데….
『올 상반기까지 반드시 실시해야 된다는 것이 확고한 당론이다. 그러나 5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실정을 감안,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당내 이견도 있어 당지도부와 협의해 결정하겠다.』
­새정부가 야당에 내각인선과 관련,인물추천을 해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직까지 그런 얘기를 전혀 들은바 없다.
만약 차기정권이 그런 요청을 해온다면 지도부와 상의,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그러나 최소한 당무회의이상의 공식기구에서 공론에 부쳐야 한다.』
­내각제 등 권력구조개편과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선….
『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3월 전당대회에서의 논의여부 등을 전당대회준비위에서 실무적으로 검토하겠다.』
­2월 임시국회 회기와 민주당의 기본입장은.
『회기는 대통령선거후 첫 국회인데다 산적한 문제가 많아 30일로 해야한다.
우리당은 대선기간중 김대중후보에 대한 민자당의 용공음해,부산기관장모임사건,대선선거사범의 편파수사,물가문제,중소기업도산,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따른 쌀수입개방 등을 중점적으로 따지겠다.』
­당권경쟁에 앞서 시급한 당체질개선의 구체적 복안은.
『현재 전당대회준비위에서 마련중이며 우선 선거공영제 도입으로 모범적 선거풍토를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당공개회계제도를 도입,예산편성과 결산의 공개 및 감사기능강화 방안을 검토중이다. 원내총무경선제는 검토하겠으나 다른 좋은 대안이 있는지 다수의 여론을 묻겠다.』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선출방식은 어떻게 결정되나.
『지난해 5월 전당대회때도 하루전 지도체제가 결정됐으나 큰 문제가 없었다. 시간이 촉박한 문제도 아닌 만큼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속 논의해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결정을 할 것이다.』<박병석·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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