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공포 … 행사장에 저격수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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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살얼음판 같은 새해가 밝았다. 지구촌 곳곳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테러의 공포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보안당국은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사태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전통적인 제야축제도 경찰의 삼엄한 경계 아래 조심스레 진행됐다.

◆미국=미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12월 30일 대도시와 군중이 모이는 곳, 주요 기간시설 등에 테러위험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뉴욕과 라스베이거스.시카고 등 대도시에 31일 일시적인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또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열리는 로즈볼을 비롯해 연말연시 연휴기간에 열리는 미식축구 경기 때와 경기 전 대형 퍼레이드가 벌어질 때 비행기 통과를 제한한다고 국토안보부는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신년맞이 축하객들이 모이는 맨해튼의 타임스 스퀘어 주변에는 유례없이 삼엄한 경계가 펼쳐쳤다. 도로 맨홀 뚜껑은 용접돼 열 수 없도록 했고 신문 자판기나 쓰레기통.우체통 등 폭발물을 숨길 수 있는 시설은 모두 일시적으로 치워졌다. 타임스 스퀘어 주변에는 저격수들까지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유럽=프랑스 파리 경찰은 제야 축제행사의 주무대가 되는 샹젤리제 거리에 정복 및 사복 경찰들을 대거 투입했다. 영국 런던 경찰은 제야에 지난해보다 5백여명 많은 3천여명의 경찰을 추가로 투입, 테러 예방 등 시내 치안활동을 강화했다. 이탈리아 로마 경찰은 지난해 12월 31일과 1월 1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연설이 예정된 바티칸 교황청 일대 경계를 강화했다.

러시아도 새해맞이 축제가 열린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 출입 도로마다 금속탐지기를 설치했으며 광장 주위엔 테러진압 특수부대인 '오몬' 요원들도 대거 배치했다. 이탈리아는 테러 예방을 위해 이달 6일까지 항공기들이 로마를 통과해 운항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기타=인도네시아 경찰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테러 용의자들이 신정을 맞아 국내에서 새로운 테러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됨에 따라 경계를 강화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저항세력의 공격에 대비해 미군과 이라크 경찰이 순찰과 검문을 강화했다.

서울=박경덕 기자,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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