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왜 공격했나/영토 30% 세르비아에 내줄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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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전종식 앞두고 입지강화 포석
크로아티아군이 최근 자국 남동부 크라이나지역의 세르비아계를 전격 공격,발칸반도의 전운을 더욱 짙게하고 있다. 지난 20일 보스나­헤르체고비나 회교도·크로아티아계 뿐만 아니라 세르비아계도 국제평화안을 수락,보스나 내전이 한숨을 돌리게 되자마자 이젠 1년여 잠잠하던 크로아티아에서 다시 포성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번 크로아티아의 공세에 대해 도브리차 초시치 신유고연방 대통령은 『진짜 전쟁이 터졌다』고 말할만큼 심각한 도발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2일 크로아티아 비난 성명을 발표했고 유고연방군은 크로아티아내 세르비아계의 생존이 위협받는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공격을 당한 세르비아 민병대는 유엔무기고를 습격,자신들이 넘겨줬던 무기를 다시 잡고 크로아티아에 보복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진전으로 제네바에서 진행중인 유고평화회담은 파탄위기를 맞고있다.
현재로선 크로아티아측이 2만여 병력과 탱크 50여대,전투기까지 동원해 유엔이 설정한 휴전선을 넘어 크라이나 지역을 공격한 의도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있다. 프란요 투즈만 크로아티아대통령은 자국군이 남북 크로아티아를 연결하는 통로를 탈환했기 때문에 공격을 중지토록 했다고 밝혔다.
크로아티아가 갑작스레 공격에 나선 것은 제네바 평화회담의 진전,크로아티아 주둔 유엔평화유지군의 주둔 시한종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보스나내전 당사자들은 보스나를 10개 자치주로 분할하는 국제평화안을 받아들여 구체적 분할방안을 놓고 회담을 진행중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보스나 내전은 3개 당사자간 타협으로 머지않아 끝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보스나 내전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경우 크로아티아가 현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크로아티아는 91년 6월 유고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에 나서면서 촉발된 크로아티아 내전 결과 영토의 3분의 1을 세르비아계에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이들 지역에는 유엔평화유지군이 주둔,휴전을 감시하고 있다.
보스나 내전이 종식될 경우 이들 지역에 대한 크로아티아측의 새삼스런 영유권 주장이 먹혀들지 않을 가능성이 커 이러한 초조감에서 크로아티아 문제를 극적으로 제기한 것이 아닌가 보인다. 즉 크로아티아 문제가 완결된 것이 아니며 크라이나 등 세르비아계 장악지역을 고스란히 세르비아계에 넘겨줄 수 없다는 결의를 내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또 오는 3월이면 유엔평화유지군의 주둔시한이 끝나 크로아티아 문제가 다시 거론될 수 밖에 없는데 이때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선제공격으로 영토확장에 나선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크로아티아의 이번 공격은 국제적으로 유엔휴전 협정을 위반한 것인데다 수백명의 사상자를 내 당장 국제적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유고는 이제 보스나 내전뿐만 아니라 크로아티아 내전까지 동시에 벌어지는 이전투구의 아수라장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민족과 종교의 차이로 갈갈이 찢긴 유고에서 평화정착은 결코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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