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서울정도 600년 기념사업|예산 달려 30%이상 손도 못 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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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해 서울시 문화사업의 초점은 정도 6백년(94년)을 겨냥한「서울6백년 기념사업」이다.
지난 86년 기초조사에 착수한 이후 6년 동안의 각계 여론수렴 끝에 완성한 기본사업계획안은 정도6백년을 기정으로 서울을 국제화시대에 걸맞은 문화도시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사업주체가 불분명한데다 예산도 부족해 출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우선 이 사업을 총괄하는 주체가 2분, 3분돼 있어 효율적인 사업수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정도6백년과 관련, 계획하고 있는 사업은 시민사업·기념사업·계기사업 등 모두 87종류.
이중 학술적이거나 정신운동이 주를 이루는 시민사업은 사업계획을 마련한 시정연구관실과 문화관광국이, 일반 기념사업은 문화관광국과 환경녹지 국이, 미래사업에 역점을 둔 계기사업은 시정연구관 실이 각각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합·조정할 총괄기구가 없는 데다「우리 동네 다듬기」등 시민운동과 관련된 30여 개 사업은 일선구청이 주체가 되어야 하나 계획입안이나 시행과정에서 구청참여는 전적으로 배제돼 시민참여 없는 시민운동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예산부족도 큰 문제다. 지난해의 경우 5백억 원의 문화사업예산은 대부분 남산제모습찾기사업과 주요문화유적 복원사업 등 계속사업에 투자됐고 신규 6백년사업예산은 계획단계라는 이유로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올해 예산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전체 사업의 71%인 62개 사업을 올해 시작, 94∼95년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올해 편성된 문화사업예산(전체예산의 1·1%) 7백74억 원 중 신규사업에 투자하는 예산은 79억 원에 그치고 있어 21개 사업 시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즉 예산 대부분이 풍납 토성 복원과 경회궁 시립박물관건립(3백72억 원), 남산제모습찾기사업(3백72억 원 )등 계속사업비로 투입돼 올해 착수 가능한 사업은 41개에 불과하다.
특히 세계도시 기반조성을 위해 구상중인 첨단정보화업무단지조성과 국제컨벤션 센터건립 등은 수십 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나 예산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없어 탁상공론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사업내용 역시 전체의 80%가 워크숍이나 논문공모 등 일반시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학술사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데다 기존 문화행사를 재탕하는 수준이어서 시민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6백년 기념사업 중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은 남산제모습찾기 및 문화재복원사업뿐이다. 남산제모습찾기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됐던 외인아파트는 지난해 주공 측과 보상협의가 타결돼 94년까지 헐리고, 건립문제를 놓고 논란을 거듭해 오던 경회궁 시립박물관도 올해 기초공사를 실시한다. 이밖에 1백7억 원이 투입되는 풍납 토성 복원사업 등 6개 문화재 복원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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