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만 요란한 정권인수­인계작업/경제현안 「해결실체」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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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생색은 새정부,악역은 현정부/환경세·주행세 등 여과없이 터뜨려/금융산업개방안도 3월 시한 쫓겨
요란한 정권이양과정에 실체가 없다.
업무인수에 나선 새 정부측 진용에서는 껄끄러운 문제는 현정부가 알아서 해결해 놓고,생색날만한 일은 우리에게 넘기라는 식이며 현정부에선 왜 우리가 악역을 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어떻게 이번 기회에 부처나 자신의 존재를 알리느냐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쌀문제는 네것,경부고속전철 차량선정은 내것」이 되며 명색이 정부라면서 관련부처간 상의도 전혀없이 부처별로 환경세다,휘발유 주행세다 하는 식의 아이디어를 여과없이 터뜨리고 있다.
인수­인계 작업도 그렇다. 새로 구성될 내각과는 전혀 별개라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문분야도 아닌 수개 부처의 업무를 보고받은 것도 비능률적일뿐 아니라 국회상임위 등에서 정부측에 대해 호통을 치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마저 빚어져 보고 부처들이 곤혹스럽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 등 각부처는 민감하고 중요한 현안에 관한 차기대통령측과 밀도높은 협의를 벌이고 싶어도 차기정부에서 중용될 실세는 분명 따로 있는듯한데 누군지 감이 잡히질 않은데다가 입조심하려는 분위기 때문에 아무도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현안으로 남아있는 것들은 아래 항목들에서 보듯이 그 하나하나가 복잡한 배경을 갖고 있어 이를 이해하고 풀기위해서는 함께 고민을 해도 쉽지 않을 터에 「네것 내것」이나 가르고 누구와 머리를 맞대야 할지도 모르게 되어 있는 인수­인계과정에서 제대로 된 이해와 해결방안이 나올리 없다.
▲쌀시장 개방문제=새정부측이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내심으론 현정부가 처리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가장 큰 현안이다.
김영삼차기대통령이 대선 유세과정에서 「대통령직을 걸고 막겠다」던 쌀시장개방에 대해 민자당은 최근 당보를 통해 「사려깊은 사람들이 있다면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따른 쌀개방 문제 등 골치아픈 현안을 새정부에 부담으로 넘겨주지 않고 단안을 내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요금조정=새정부가 또하나 바라고 있는 것은 새정부 출범전에 공공요금 인상억제를 털고 가달라는 것이다. 현 정부로서도 시급하게 느끼는 교통요금을 포함해 가능하면 올해 올려야 할 것까지 조치해줘야 새정부의 물가안정에 보탬이 될게 아니냐는 얘기다.
민자당이 정말로 공공요금 조정을 원했다면 기대이상의 물가안정이 이뤄졌던 작년 하반기가 적기였음에도 그때는 대선을 이유로 스스로가 막아왔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금리정책=재무부 현안중 굳이 시기가 문제되는 현안이라면 2단계 금리자유화,최근의 경기상황과 맞물려있는 한은 재할금리인하 문제인데,이는 새정부 출범전인 내달 중에 동시에 실시하는 쪽으로 최근 당정간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 사실상 결론이 난 셈이다.
▲금융산업개편=현재 박영철고려대교수팀이 진행중인 금융산업개편안 마련 작업은 새정부 출범전에 어떠한 행태로든 중간결론이 나오도록 서둘러야 한다기보다,연구작업 결과에 어떻게 새 정부에의 「연속성」을 부여하느냐가 더 큰 문제다.
금융산업개편의 장기적인 골격을 짜는 일은 올 3월까지로 예정된 금융산업 대외개방 3단계 작업일정 발표와 맞물려 있는 일인데,오히려 서둘러야 할 것은 바로 이 3단계 개방일정 발표를 위한 의견수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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