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의 비극(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굶주림의 땅 소말리아에 우리의 따뜻한 구호손길도 뻗치고 있다. 한국선명회가 그동안 「사랑의 빵」운동으로 마련한 「사랑의 쌀」 5백t이 지난주 소말리아행 화물선에 실렸다. 한달 뒤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수많은 소말리아의 어린이·노인들이 이 쌀로 허기를 면할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사랑의 쌀」5백t은 급식소에 수용된 5천명의 인원이 5개월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따라서 결코 적은 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지금 소말리아에는 2백만명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고 있다. 작년에는 30만명이 굶주림으로 이미 목숨을 잃었다. 원래 유목국가인 소말리아는 기근하고는 거리가 먼 나라였다. 유엔의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구의 2%도 채 못되는 소말리아는 아프리카 전체 낙타의 42%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세계 낙타의 3분의 1에 해당된다. 그리고 양은 아프리카 전체의 10%,소는 2.5%. 그래서 소말리아라는 나라이름도 소말리아 말로 「젖을 짠다」는 「소마르」에서 나왔다.
이런 「유목대국」이 어찌해 세계의 동정을 받으며 심지어는 「신도 저주하는 땅」소리를 듣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우선 오랜 가뭄과 함께 개발에 의한 열대림의 훼손으로 아프리카대륙이 점차 사막화되고 있는 현상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물과 풀은 유목의 기본 요건이다.
또 하나는 지정학적 이유를 빼놓을 수 없다.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소말리아는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대해상루트의 요충에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바로 중동의 석유공급 루트이기도 하며,따라서 아랍 아프리카와 블랙 아프리카의 접점이기도 하다. 일찍부터 주변국가들이 군침을 삼킨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국경분쟁이 잦았고 그 결과 외세를 끌어들임으로써 민족적 비극을 자초했다.
소말리아는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도 단일부족으로 구성된 나라이기 때문에 민족적 동질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구랑」이라는 씨족이 여러갈래로 얽히고 설켜 그 혈연관계에 의한 족벌정치가 민족적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바로 그 씨족싸움이 오늘의 소말리아를 저지경으로 만든 것이다. 지역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 됨직하다.<손기상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