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회색전략」응징 필요”/WP지 짐 호글런드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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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강·온 양면작전 연합국 혼란 유발/「비행금지구역」전역에 확대해야
미국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치고 빠지기식의 교묘한 「회색전략」에 보다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짐 호글런드 워싱턴포스트지 칼럼니스트가 14일 주장했다.
호글런드는 미국이 2년전 걸프전에서 대 이라크 응징을 충분히 하지 않아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했다고 전제,비행금지구역 확대 등 부시대통령의 강경응징을 촉구했다. 다음은 호글런드의 칼럼요지.
후세인은 이번 부시와의 마지막 대결에서 지금까지 보여온 자신의 특징외에 그동안 부시와의 「개인전」을 통해 터득한 새로운 특징도 보이고 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내 자신의 적들에 대한 후세인의 동계공세는 후세인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떤 선택을 하기 어렵게 하는,흑도 백도 아닌 회색영역에서 행동하는 지혜를 배웠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그동안 타협의 여지없이 전면대치로 일관해오던 후세인으로서는 커다란 변화임에 틀림없다. 후세인의 최근 행동이 임기 마지막 주를 맞은 부시대통령에게 「강요」한 선택을 한번 살펴보자.
후세인은 미사일과 전투기로 미국 전투기를 위협했다가 후퇴했다. 이어 부시의 공습결정이 확실해졌음에도 북부 비행금지구역안에 다시 미사일을 배치했다.
후세인은 또 이라크­쿠웨이트 국경을 감시하는 유엔감시단에도 도전했다. 이라크측은 실크웜 미사일 등 군사장비를 회수해간 뒤 유엔의 항의에 법적소유권 주장으로 맞섰다.
또 후세인은 북부에서 쿠르드족에 대한 식량보급을 호송하던 유엔트럭에 대해 테러행위를 감행하기도 했다.
후세인이 지난 90년 여름 이런 식의 「신중한 비행」을 저질렀다면 상황은 아마 지금과 크게 달리 전개됐을 것이다. 지난 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전면 침공하기 며칠전 미 행정부는 후세인이 쿠웨이트의 일부만 점령한뒤 협상을 제의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한 관리는 『당시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전면 침공할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이어 『이라크군이 쿠웨이트를 침공하더라도 어느 선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우리로서도 간접적인 군사대응만을 논의했을 뿐이었다. 만약 그런 어정쩡한 상황이 벌어졌다면 미국으로서는 대처하기 지극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후 3년이 지난 지금 유엔결의를 지키지 않는 후세인을 두고 부시는 또다시 같은 질문에 직면했다. 「후세인의 행동을 응징할 것인가,말 것인가­.」
이라크는 현재 상황을 빌 클린턴의 「데뷔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퇴임하는 대통령이나 신임하는 대통령 모두가 부시를 비웃고 클린턴에게 도전적인 미소를 짓는 것이 이라크에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경고성명을 발표하도록 했다.
후세인은 또 미국 등 연합군과 덩치만 크고 힘이 없는 유엔을 이간질하려는 장기전략을 세우고 있다. 후세인은 유엔평화유지 활동을 방해하려고 모든 수단을 쓰고 있다. 유엔평화유지활동은 캄보디아·유고슬라비아·소말리아에서도 실패로 끝날 위기에 있다.
이라크­쿠웨이트 국경선과 그 사이의 좁은 비무장지대를 관장하는 UNIKOM의 활동이 취약한 것도 후세인으로 하여금 남부에서 만용을 부리도록 부추겼다. 미국은 UNIKOM에 이번주 이라크가 빼앗아간 실크웜 미사일을 파괴하도록 종용했지만 비무장상태의 유엔부대는 우물쭈물했다.
앞으로 미국이 취할 정치적 대응에는 UNIKOM을 쿠웨이트 주둔 미군의 지원을 받는 쿠웨이트군으로 대체하는 것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또 비행금지구역을 이라크 전역으로 확대하고 북부가 쿠르드족 안전지대인 것과 마찬가지로 남부도 시아파회교도들의 안전지대가 되도록 비무장지대화 해야 한다.<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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