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마다하며 노익장 과시/정 대표 검찰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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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당 의원들 대거 출동… 예우놓고 고심
○…정 대표는 이날 오후 5시5분쯤 사장단회의사건을 비롯,5건의 사건과 관련된 공안1부의 수사를 마친뒤 12층 특수1부 이종찬부장실에 잠시 들른뒤 김종인검사실로 자리를 옮겨 현대중공업 비자금사건에 대한 추가수사를 받았다.
정 대표는 공안부에서의 조사를 마치고 임휘윤공안1부장에게 『조사과정에서 친절히 대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남긴뒤 이종순변호사와 함께 특수부로 옮기면서 이 변호사에게 『식사를 맛있게 했다』고 말을 건네는 등 아침보다는 긴장이 풀린 표정.
○…12시간 가량의 조사를 마친 정 대표는 이날 오후 10시40분쯤 머리에 반창고를 붙인채 검찰청사를 빠져나와 서울 중앙병원으로 직행.
보도진은 검찰청 현관 가운데 양쪽으로 노끈을 매달아 정 대표의 통로를 만든뒤 사진기자들이 일체 접근 못하게해 아침의 불상사가 재발치 않도록 스스로 예방조치를 취했다.
정 대표는 사진기자들의 촬영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했으며 『피곤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감사합니다』고 대답하는 등 여유있는 표정.
○…검찰은 당초 이날 오후 10시쯤 정 대표를 귀가시킬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조사가 40분이나 길어져 특수1부의 현대중공업 비자금수사에서 검찰과 정 대표 사이에 상당한 줄다리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 변정일대변인은 『검찰이 혐의사실외에 불필요한 질문을 계속해 조사가 길어졌다』고 주장.
○…검찰은 저녁식사시간을 넘겨 조사가 진행되자 정 대표에게 식사주문을 권했으나 정 대표는 『거르고 계속하자』며 심문에 응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
이 때문에 앞서 구속된 최수일현대중공업사장 등을 구치소에서 이틀간 철야조사한 검찰은 상당한 법률 「검토」를 거치고 검찰에 출두한 정 대표를 상대로 법률다툼은 물론 체력다툼까지 벌여야 했다고. 한편 정 대표의 저녁식사 「건너뛰기」 소식을 전해들은 수행의원들은 『정 대표가 고생하는데 우리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느냐』며 함께 식사를 거르는 「충성」을 보이기도.
○…검찰은 충분한 사전법률검토는 물론 『정 대표가 야당총수로서의 격에 맞는 조사협조를 기대한다』는 「예우」로 강온양동작전을 구사했다고.
검찰은 조사직전 『평소 존경하는 정 대표를 이곳에서 뵙게 됐다』며 협조를 당부,흔쾌한 답변을 들었으나 정작 조사과정에서는 혐의사실을 대부분 부인해 협조(?)는 기대이하였다고 평가.
○…정 대표의 검찰 출두를 수행한 당 최고위원 및 현역의원들은 서울지검 공안1부장실을 「점거」,조사를 마칠때까지 잔류키로해 검찰은 의원들에 대한 대접에 곤혹스러운 모습.<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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