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 사법처리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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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보복 시비 부담… 의외결론 가능성 희박/금고나 백만원 이상 형 확정땐 의원직 상실
검찰소환에 불응해오던 정주영국민당대표가 15일 전격적으로 자진출두,12시간여에 걸친 조사를 받고 귀가함에 따라 사건수사가 마무리에 들어갔다.
현대계열사들의 선거개입 및 비자금 조성사건 등에 대한 「단죄」의 최종 목표가 정 대표였다는 점에서 관심의 초점은 정 대표를 어떤 법으로 얼마만큼 무겁게 처리하느냐 하는 판단이다.
원칙적으로 정 대표의 혐의사실들에 적용되는 법규상 정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는 구속·불구속 기소에서 불기소 처분까지 다양한 선택의 폭이 있다.
그러나 정 대표를 법으로 거는데는 단순히 「범죄사실」만이 아니라 그의 정치·경제적인 위상과 파급여파,여론 등 제반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의외의」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일 구속과 같은 엄격한 처리를 할 경우 정치적인 보복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뿐 아니라 정경유착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검찰권 발동의 「순수성」을 훼손시킬 여지가 있어 검찰로서는 부담이 되는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이 정 대표를 불구속 기소 한다는 상정하에 정 대표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법률은 대통령선거법·국가보안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 세가지로 대별된다.
사안별로 보면 「3천억원 발권 주장」의 경우 한은측의 고소취하로 명예훼손은 공소권이 없지만 형법 313조의 신용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검찰은 보고있다.
즉 소취하에 관계없이 정 대표가 위계 등에 의해 국가기관인 한은과 조폐공사 등의 신용을 훼손시켰으므로 업무방해와 같은 차원에서 처벌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발권주장」은 또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를 연관시켰다는 점에서 대통령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후보 비방금지」에 해당된다.
다음으로 두차례에 걸친 정 대표의 용공취지 발언은 국가보안법상 「이적동조」에 해당되지만 그 가벌성을 두고는 이론이 많아 기소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 대표의 발언이 과연 「적을 이롭게 하겠다는 인식」하에 이루어진,즉 범의가 있었느냐는 점에서 반론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경 대책회의건은 사실이 아닌 위계 등으로 판명될 경우 서울경찰청장과 같은 당사자 자연인들에 대한 「명예훼손」및 「허위사실 공표」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
또 밀입북설 주장도 정 대표측이 추측정도의 근거를 가지고 말한 것이 인정되는 이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후보 비방금지」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계열사 사장단회의에서의 지원호소 혐의는 그 구체적인 내용이 지원요청이든,지시였든간에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며 정 대표가 현대의 「왕 회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수관계를 이용한 불법선거운동」의 공범 또는 교사범이 된다고 보고있다.
한편 특수부에서 수사중인 비자금 관련 사건은 사실상 정 대표에게 가장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정치자금법과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 또는 횡령의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가 관련사실을 부인하는 것에 대해 ▲정 대표의 현대 내에서의 위상 ▲비자금 조성과 국민당 유입과정에서 드러난 상황증거 ▲현중 장병수전무의 「1백억원 전달메모」와 같은 물증 등을 종합할때 정 대표의 공소유지에 부족함이 없다고 보고있다.
또 이와 관련,정 대표측이 『가지급금으로 간주해 나중에 갚겠다는 생각이 있었으며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는 반론을 펴는 것에 대해 『허위전표를 작성한 것은 상환의사가 없다는 명백한 반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특히 배임 또는 횡령액수가 50억원이 넘을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하기도 하다. 검찰이 대통령선거법과 특경가법 등을 주축으로 기소한다고 가정할때 만약 재판 결과 선거법위반 쪽에서 벌금 1백만원 이상을,형법쪽에서 금고 이상의 형 등이 확정될 때는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제한됨에 따라 자동적으로 의원직이 상실되는 제재를 면키 어렵게 된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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