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문제 전문가 살라메박사 불 리베라시옹지 인터뷰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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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후세인 또 도발한다”/국민 절망감 무마겨냥 항전 선택/아랍권선 이란 팽창주의 더 경계
미국의 이라크 공습과 관련,이라크의 재도발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의 저명한 중동문제전문가인 가산 살라메박사는 연합군의 이번 공격으로 사태가 끝난 것은 아니며,사담 후세인은 조만간 또다른 도발행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 팽배해 있는 절망감을 쏟아낼 다른 출구가 없는데다 그 위험부담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다는게 이라크 지도층의 판단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음은 프랑스의 국제관계 연구소(CERI) 연구원이며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교수이기도 한 살라메박사가 14일 프랑스의 유력일간지인 리베라시옹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이번 공격은 후세인의 힘을 약화시킬 것인가,아니면 강화시킬 것인가.
『후세인으로서 이번 공격은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면서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이번 공격에 앞서 이라크가 침범한 땅은 순수하게 법적인 차원에서는 영유권과 관련,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라크는 지난해 11월 유엔이 설정한 쿠웨이트와의 국경을 결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그들이 이 지역에 들어와 가져간 것은 자신들의 소유물이었다. 비행금지구역에 대해서도 선거전이 한창인 상황에서 조시 부시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이라는게 이라크 사람들의 일반적 인식이다.』
­그러나 후세인은 연합군이 가만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았는가.
『지난 2년동안 후세인은 몰래 감춰뒀던 돈을 모두 다 써버렸다. 그로서는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감형을 바라는 죄수처럼 얌전한 행동을 보임으로써 경제제재조치의 철회를 기대하든가,아니면 『우리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라고 외치면서 항전을 계속하든가 둘중의 한가지 선택 밖에는 없는 셈이다. 군부와 국민여론의 진정이라는 점에서는 두번째 선택이 훨씬 효과적이다. 더구나 두번째 선택에 따른 위험부담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후세인으로서는 도발쪽이 훨씬 매력적인 선택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 작전 이후 미국은 이 지역에 대한 기존정책을 변경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 걸프전 당시 미국은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걸프전이 끝난후 미국은 이렇다할 위기후 정책을 보여주지 못해왔다. 부시는 후세인의 퇴진을 바라는 것을 빼고는 이라크에 대해 진정한 정책이라는 것을 결코 가져본 일이 없다. 미국은 계속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이번 공격이 어떤 정책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정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후세인정권을 과연 어떻게 전복시킬 수 있겠느냐는 점과 걸프지역의 모든 아랍국들이 이미 약화된 이라크보다는 이란의 팽창주의를 더 위험한 것으로 경계하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후세인에 대한 압력을 계속할 수 있겠는가 라는 점이 미국의 딜레마인 것이다.』
­이라크가 또다시 도발행위를 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지난 2주간에 걸친 이라크의 도발과 연합군의 이번 공격으로 사태가 끝났다고는 보지 않는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라크는 다른 도발에 손을 댈 준비가 돼있다고 본다. 현 상황에 대한 그들의 절망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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