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세계를 사로잡은 '환상의 화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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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존하는 최장수 현악 4중주단인 ‘과르네리 4중주단’이 2009년 6월 연주 무대를 떠난다.전 세계 음악팬들은 개성있고 역동적인 그들의 연주를 더 이상 직접 들을 수 없게 된다.

1964년 여름 미국 말버러 실내악 페스티벌에서 만나 함께 전 세계를 누비며 가족처럼 동고동락 해온 지 43년이나 된다.멤버들끼리 뜻이 맞지 않아 중도 해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연주 여행을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이가 들어 은퇴를 결심한 것이다.

아놀드 스타인하트(70·제1바이올린), 존 데일리(72·제2바이올린), 마이클 트리(73·비올라), 피터 윌리(52·첼로) 가 주인공들이다.

2001년 당시 78세였던 최고령 단원 데이비드 소여(84·첼로) 대신 피터 윌리를 영입한 것 외에는 단 한 차례의 멤버 교체도 없었다. 윌리는 소여의 제자로 과르네리 4중주단과 식구처럼 지내면서 연습 과정을 11년 간 지켜봤다. 소여는 제자에게 자리를 물려준 후에도 연습 때 자리를 함께 하는 등 우정을 과시해왔다.

아놀드 스타인하트는 은퇴를 발표하면서 “무척 길었지만 매우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며 “현악 4중주곡을 연주하면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훌륭한 사람들을 만났으니 더 부러울 게 없다” 말했다. 그는 또 “단원들 사이에서 심각하게 의견 충돌을 할 때도 있었지만 해체 위기까지 가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술회했다.

이들은 단원 가운데 한 명이라도 아프거나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면 연주를 취소했다.스타인하트가 팔꿈치 수술을 받은 다음 6개월 동안 부담이 적은 제2바이올린을 맡으면서까지 연주를 강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과르네리 4중주단의 발자취는 현악 4중주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아놀드 스타인하트가 쓴『4등분 불가능(Indivisible by Four)』, 데이비드 블럼이 과르네리 4중주단과의 대화로 꾸민『4중주의 기술(The Art of Quartet Playing)』은 현악 4중주단을 꿈꾸는 음악도들에게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과르네리 4중주단의 역대 단원 중 소여를 제외한 4명은 커티스 음대 출신이다. 베토벤 현악4중주 전곡(RCA)음반이 대표적인 명반이다. ‘과르네리’는 스트라디바리와 더불어 현악기 제조 명인의 이름이다. 이들은 95년, 97년 한국에서 공연했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과르네리 4중주단이 꼽는 실내악단의 롱런 비결

1. 같은 학교 출신, 비슷한 또래로 구성한다
2. 멤버들이 좋아하는 레퍼토리 선곡한다
3. 연습 과정 자체를 즐겨라
4. 기분 나쁘지 않게 비판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5. 유머 감각 유지하라
6. 동료 단원에게 배운다는 자세를 가져라
7. 동료의 사생활 철저히 존중한다
8. 할 말은 반드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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