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교육수장 9명 심층 인터뷰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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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07면

전직장관(부총리)들에게 3불정책(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 특목고 확대, 내신 파동 등 예민한 이슈에 대해 물어봤다. 대체로 김영삼 정부 때 장관을 했던 사람은 자율과 경쟁을, 김대중 정부와 현 정부 출신은 형평을 강조했다. 김영삼 정부의 김숙희 전 장관과 현 정부의 장관이었던 김병준 전 부총리는 모든 이슈에 대해 입장이 달랐다.

“딱 10년만 대학에 고교평가 맡겨보자” 문용린 前 장관 #대다수 前 장관

6명의 전 장관이 “내신 반영률을 높이라고 대학을 압박하는 것이 대학 자율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명현 전 장관이 가장 강하게 비판했다.

“고등교육법을 보면 모든 대학의 업무는 개별 학교의 학칙에 맞춰 시행하도록 돼 있다. 지금 이걸 교육부도 대학도 모르고 있다. 대학의 입시전형권은 어떤 도전도 용납해서는 안 되는 최종적인 권한이다. 입시 문제는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지 사법부의 판단 대상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내신 반영률을 높이는 건 맞지만 내신이 모든 걸 좌우하게 해야 한다고 몰아붙이면 비평준화 지역이나 특목고 학생들에게 기회가 오겠나. …경영학에서도 예외를 인정한다. 원칙(내신 반영률 50%를 지칭)대로만 할 것 같으면 총장이 왜 필요하냐.”(송자)
이상주 전 장관도 “나도 대학 총장을 해봤지만 고교에서 대학에 제공하는 학력정보가 형편없다”면서 “교육부가 이런 정보를 주지도 않으면서 대학들에 신뢰성이 낮은 내신 반영률을 높이라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완상ㆍ김병준 부총리는 대학을 비판했다.

“내신 1~4등급까지 만점을 주려는 건 좋은 학생을 독식하려는 명문대의 이기주의다. 내신 5~9등급에 있는 많은 사람의 아픔이나 비명문대의 소외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 수월성 교육은 대학에서 해야지, 중등교육 과정에서 지나치게 강조하면 안 된다.” (한완상)

“똑똑한 선생이라면 양배추에도 지식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상위 1%가 아니라 10%의 아이를 뽑아서 어떻게 잘 가르칠까를 생각하는 게 가르치는 사람의 자존심 아니냐.” (김병준)

3불정책에 대해선 항목별로 다 달랐다. 세 가지 모두 풀어야 한다는 사람은 1명(김숙희),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2명(한완상ㆍ김병준)이었다. 김숙희 전 장관은 “내가 장관으로 있을 때 준비를 철저히 해 본고사를 다시 도입했더니 별 무리가 없었다”며 “몇 만 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기여입학에 대해서도 “돈 버는 것도 실력인 만큼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며 “그 돈으로 장학금을 늘리고 실험기기를 구입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글로벌 시대에 맞다”고 말했다.

반면 한완상 전 부총리는 “3불을 반대하는 건 전체의 10%도 안 되는 명문대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여입학제=나머지 장관은 3불의 항목을 한 꾸러미로 묶지 말고 따로 떼내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항목별로 생각이 엇갈렸다. 3불 중 기여입학제ㆍ본고사에 대해서는 대개 반대(각각 7명, 4명)하는 편이었다.

“서울대 총장도 ‘빽’으로 자기 자식을 서울대에 입학시키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입시경쟁은 도덕주의의 마지막 보루다.”(이명현)
“대학은 실력 있는 사람이 가는 곳이지 돈 있는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다.” (문용린)

“언젠가는 (기여입학제를) 고려해야겠지만 돈 주고 (졸업장을) 사는 식은 있을 수 없다.”(송자)
 
본고사=안병영 전 부총리는 “과거 두차례 실시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본고사는 사교육비 증가·양극화 심화를 가져 올 개연성이 무척 크다”고 분석했다.
이상주 전 장관은 “입시 때마다 100명의 교수가 갇혀 시험문제를 내는데 이런 낭비가 없다”며 “수시로 학력평가를 해서 그 자료를 대학에 주고 알아서 판단하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고교등급제=찬반이 4대 3으로 팽팽했다. 찬성론자들은 “평준화를 풀어 고교는 경쟁시키고 대학이 알아서 고교의 등급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딱 10년만 고교 평가를 대학에 맡겨 보자. (처음엔 부작용이 생겨) 욕도 먹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국 좋은 대학으로 성장하지 않겠나. 미국의 하버드대가 처음부터 좋은 대학은 아니지 않았느냐.”(문용린)

“평준화를 풀어 사학이 학생 유치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한다.”(김숙희)
안병영ㆍ이돈희 전 장관은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안 전 부총리는 “3불을 평등주의적 발상이라고 폄하하는데 현 단계에서는 아직 받아들이기 적합한 토양이 아니라는 말이 정확할 것 같다. 다만 3불이 유연해질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병준 전 부총리는 “미국에서 (고교등급제를) 하니까 우리도 따라가자고 하는데 이게 특정 지역의 특권을 인정해주는 거니까 쉽지 않은 문제다. 미국은 잘사는 사람이 전국에 흩어져 있고 우리만큼 학벌을 중시하지 않는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특목고ㆍ자사고 확대=대부분의 전직 수장들은 확대에 찬성했다. 이돈희 전 장관은 “국가 영재 수요를 조사해 특목고는 늘리고 자립할 준비가 돼 있는 학교는 자사고로 전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준 전 부총리는 “외국어는 학문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인데 이를 위해 특목고를 만든 것부터 디자인이 잘못됐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이미 설립된 것을 폐지하면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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