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쟁점법안 처리 전격 합의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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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립학교법.국민연금법.로스쿨법 등 이른바 국회의 3대 미타결 법안이 29일 전격적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실타래를 푼 쪽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사학법과 로스쿨법을 연계 처리하겠다는 전술을 구사하면서 열린우리당을 압박했었다. 로스쿨법을 통과시키려면 사학법에서 상당 부분을 양보하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이날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을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짓겠다고 선언하면서 교착 국면이 해소된 것이다.

정치권에선 한나라당이 양보한 이유를 무엇보다 대선을 앞두고 부담스러운 법안을 일찌감치 털어버리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사학법 재개정은 늘 '비리 사학 옹호'라는 역공을 각오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로스쿨법에 반대하는 것은 '변호사 이익만 챙긴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고,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몇 년째 처리가 늦어지면서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6월 국회에서 이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 일정상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게 되는데 대선을 코앞에 두고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 결국 이번 국회가 17대 국회에서 3대 법안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책임 있는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지금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하는 게 낫다고 봤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TV에 나와 '한나라당이 민생을 발목 잡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게 증명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사학들도 정부와 싸우느라 많이 지쳤기 때문에 미흡하더라도 사학법 재개정은 일단 여기서 매듭짓고 차기 정권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데 한나라당과 의견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당내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가 다음달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당내 보수그룹의 반발에 큰 부담감 없이 정치적 모험을 결행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범여권에서도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열린우리당 유은혜 부대변인은 "2년여 동안 현행 사학법의 핵심 골간인 개방형 이사제의 무력화와 폐지를 주장하며 국회를 파행으로 이끈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 안을 수용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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