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김진수 교수<연세대의대·신경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문>
34세 남자다. 지난해 6월 사고로 뇌출혈을 일으켜 한달 동안 입원 치료 후 거의 정상으로 회복됐다.
퇴원한지 3개월만에 혓바닥부터 경련이 나기 시작해 얼굴·팔다리 반쪽에 경련이 생기고 근육이 뒤틀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이런 증세는 2주에 한번 꼴로 발생해 외출도 못하고 있다.

<답>
뇌출혈로 뇌의 대뇌피질에 이상이 생겨 간질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간질은 뇌출혈뿐만 아니라 뇌경색에 의해 생기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뇌졸중 환자의 약20%가 후유증으로 간질을 앓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간질은 경련성 뇌 질환의 하나로 그 원인은 다양하다. 보통 유전에 의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유전 설은 아직도 불확실하며 유전될 확률은 별로 크지 않다. 간질의 60% 정도는 원인불명이며 나머지는 뇌막염·뇌염·열병·신진대사장애·두부외상 등으로 뇌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뇌졸중 후유증도 이중 하나로 뇌졸중을 앓은 지 1년 내에 나타나는 수가 많다.
뇌는 간질 발작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손상을 받는다. 한번 손상된 뇌는 재생이 안되므로 치료하지 않고 두면 증세가 갈수록 심해지므로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신경과에서 CT(컴퓨터 단층)·MRI(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촬영을 하고 특수 뇌파검사를 해 간질 파가 나오는지 여부 및 뇌의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일단 간질로 확 진이 되면 항 경련제로 치료한다. 이전에 간질은 천형이라 해서 치유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 미리 포기하는 예가 많으나 요즘엔 좋은 약들이 많이 개발돼 있다. 정확히 진단된 경우라면 70∼80%는 증상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치료된다. 약은 최소한 3년간 복용해야 한다.
발작이 일어날 때는 주위 사람이 붙들지 말고 가만 치 두어야 하며 혀를 깨물지 않게 해야 한다. 옆에 위험한 물건이 있으면 치우고 허리띠와 옷을 느슨하게 해주는 게 좋다.
피로하거나 술을 마시면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므로 이는 반드시 피해야 하며 잠을 많이 자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좋다. <정리=문경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