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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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홍등』(사진)은 이젠 명장 소리를 들을 만한 중국계 두 감독, 중국의 장예모와 대만의 후효현의 합작 품이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
장은 연출을, 후는 기획을 맡았는데, 장은 예의 그 강렬한 색채 영상-『붉은 수수밭』에서 푸르른 수수밭과 밝은 고량주와 노을,『국두』에서 적청황의 염색천-을 이 영화에서는 흰 눈과 붉은 등을 대비시켜 과시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 그 중에서도 봉건의 질곡에 얽매인 여인의 삶과 자존적성에 대한 갈구를 표현하는데 있어 독특한 효과를 발휘한 장 감독의 원색영상은 세계 영화제에서 잇따른 수상 등으로 그의 입지를 굳히는데 가장 크게 기여해 왔다.
『홍등』은 1920년대 중국 부호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첩들간의 암투를 그렸다.
대감을 차지하기 위한 첩들 간의 쟁투가 권력을 둘러싼 추악한 싸움을 연상시키는데,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신식 교육을 받은 주인공인 네 번째 첩이 끝내 미처 버리는데서 부도덕한 봉건적 절대권력하의 삶에 대해 비애를 느끼게 한다.
장 감독의 콤비인 공리가 주연했고 58회 베네치아영화제 은 사자 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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