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 서진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원고를 보내고 집안에서 천 피스 퍼즐에 매달렸다. 알아볼 수 없도록 조각조각 난 그림 조각 중의 하나를 들고 여기에도 맞추어 보고 저기에도 맞추어 보았다. 너무 힘들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칠백 피스로 할 걸. 나흘 후 천 피스 퍼즐은 모두 제자리를 찾아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나흘간의 천 피스 퍼즐을 맞추는 동안 복병처럼 찾아드는 지루함.
30분간 들여다보았지만 저 구석에는 무엇이 들어가야 할지 당혹감을 느낄 때의 당장이라도 맞춘 조각들을 뒤집어 엎고 싶은 마음. 그리고 조각들이 제자리에 맞춰져 모양새를 찾을 때의 잠시동안의 흐뭇함과 아직도 휑하니 비어 있는 틈새들이 주는 막막함.
이제, 천 피스가 모여 이루어진 하나의 그림을 들여다본다.
천 피스를 맞추는 동안 나는 아침·점심·저녁 무엇을 먹었고, 무슨 말을 했고, 하루에 화장실을 몇 번 갔는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한 조각을 맞추었다는 생각이 든다.
몇 피스짜리 그림인지는 모르지만, 그림을 완성시킬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그림을 맞추어 나가는 행위를 계속 해나가고 싶다. 조각조각 맞추는 동안 지켜보아 주신 부모님과 조각을 맞추는 법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약력 ▲1969년 서울출생 ▲중앙대 문예 창작학과 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