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개방/농업경쟁력 강화가 필수(새정부 경제과제: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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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불가」 입장속 협상 실리추구 우선/대외통상정책 첫 시험무대 될듯
지난연말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던 쌀시장 개방문제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타결이 늦어짐에 따라 새정부의 손으로 넘겨질 전망이다.
4일부터 재개돼 20일까지 열릴 예정인 UR협상은 빠르면 2월내,늦어도 올해안으로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대응책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최근 박수길 주제네바대사가 귀국,김영삼 차기대통령에게 제네바의 협상분위기를 설명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한 것도 UR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국내에 전해주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쌀시장 개방에 관한한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 현정부의 입장은 「개방 절대불가」라는데서 달라진 것이 없고 새정부 역시 쌀시장개방이 국내농업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농민의 반발을 감안하면 대응책마련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자당 일각에서 UR협상이 2월중 타결될 경우 현정부가 쌀시장 개방문제를 매듭짓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부담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농민의 반발을 의식해 쌀시장개방이 불가하다는 것 이외에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으나,경제부처내에서도 농림수산부와 상공부의 입장이 다르고 수출업계의 경우 보호무역주의의 강화추세에 대응해 다자간 무역체제의 출범이 시급하다고 여기고 있어 이들 이익집단간의 의견을 새정부가 수렴하고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김 차기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대통령직을 걸고」 쌀시장 개방을 막겠다고 공약,이에 대한 농민들의 기대가 적지않고 협상의 실리를 추구하기 위해서도 대외적으로 개방을 막기위한 협상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쌀문제는 개방여부에 대한 논의보다는 어떤 식으로 낙후된 우리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느냐 하는데 초점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김 차기대통령은 이에 대해 2000년까지 42조원을 농업에 투자하고 농민연금제도를 도입하며 농민에 대해 직접 보상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데 따른 재원마련이 쉽지않아 실천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UR협상이 재개되기는 했어도 제네바의 협상분위기로 보아 미국정부가 의회로부터 협상권한을 위임받은 협상시한(3월1일)까지 정치적인 합의점을 끌어내지 않는한 조속한 타결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게 협상전문가들의 분석이어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다소의 시간적인 여유는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미국과 유럽공동체(EC) 간의 농산물협상이 타결된뒤 급진전될 것으로 보였던 UR협상은 다자간무역기구(MTO)와 분쟁해결 절차문제 등 농산물이외의 분야에서 각국의 이해가 엇갈려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미국은 스스로 합의한 다자간 무역기구의 신설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협상을 꼬이게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UR협상이 타결된후 국가간의 분쟁을 조정·중재하는 다자간무역기구가 본격 가동될 경우 미국이 통상법 슈퍼301조 등 재제법령을 적용,상대국가에 대해 일방적인 무역보복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대외경제정책에 대한 의회의 권한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UR협상이 당장 타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에게 유리할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협상이 지연될수록 막후의 정치적 절충을 통해 협상의 타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각국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채 일방적인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같은 전후사정을 감안할 때 새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가 추구하는 자유무역주의라는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추되 쌀시장개방을 막기위한 협상노력을 기울이고 동시에 우리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서둘러야 하는 등 이중적인 난제를 떠안아 대외통상정책 능력을 시험받게될 것으로 보인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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