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도 범여권 연석회의 합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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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주도하는 '범여권 대선후보자 연석회의'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참여 선언에 이어 '친노(親노무현)' 세력의 대표 주자 격인 이해찬 전 총리도 합류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동안 친노 후보들은 연석회의 참여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했었다.

이 전 총리는 28일 김 전 의장과 만나 "대통합 신당을 위해 연석회의가 필요하고, 연석회의가 조속히 성사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배석한 우상호 의원이 전했다. 이 전 총리 캠프 대변인인 양승조 의원은 "구체적인 참여 시기는 열린우리당 내부의 논의를 거쳐 조만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대선 후보자 연석회의엔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가 이끄는 통합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범여권이 모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전 의장은 조만간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과도 만나 동참을 촉구할 예정이다. 대통합신당 추진세력들은 첫 연석회의를 이르면 다음달 4일 연다는 계획이다.

한명숙 전 총리.김혁규 의원 등 다른 친노 주자들도 연석회의 참여엔 긍정적이다. 이유는 당 대 당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통합민주당과는 달리 연석회의에 참여하려는 세력들은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 의원은 회동 후 "이 전 총리와 김 전 의장은 대통합 신당은 기존 정치세력 전체가 집결하는 당 대 당 방식의 대통합이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친노 후보들 간의 경쟁도 간단치 않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지역을 다녀보면 역시 댐에 물이 차야 배를 띄울 수 있다는 견해가 많더라"며 "국민대통합 신당을 만든 뒤 국민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자 열린우리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통째로 참여하는 대통합 신당을 성사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뒤 이를 바탕으로 범여권 대권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등은 이 전 총리의 친노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여권 후보 자리를 다툴 자세다. 일부 진영 사이에선 감정 싸움까지 시작됐다. 28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혁규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라며 "친노 주자 간 단일화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연석회의 출범이 큰 틀은 잡혔다고 하지만 남은 문제도 많다. 통합 신당 창당을 놓고 아직도 열린우리당 색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은 데다, 일부 세력은 통합민주당의 집요한 러브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합 신당에 열린우리당의 참여가 여의치 않을 경우, 친노 주자들은 연석회의를 탈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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