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권경쟁 초반부터 난전/지도체제부터 “각인각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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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계파끼리 이해 얽혀 경쟁과열/최고위원 경선에 20여명 도전
민주당의 사령탑 자리를 둘러싼 당권경쟁이 출발부터 난전을 예고하고 있다. 경쟁주자들간에 「김대중 이후」의 새 지도부의 모양새,선출순서·방식,전당대회 시기에서부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간판인 대표최고위원과 그 밑에 8명 정도의 최고위원으로 짜여질 것으로 보이는 지도부 경선에 나설 주자는 현재 20명 정도 꼽히고 있으며 출마하지 않으면 차세대 지도자 대열에서 밀린다는 의식탓에 과열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본격 레이스에 앞서 지도체제의 성격이나 선출방식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경쟁판도가 달라지므로 벌써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6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지도부를 뽑을 전당대회의 시기를 3월11일로 못박는데 합의한 정도다.
초반부터 이해가 가장 충돌하는 대목은 대표와 그 아래 최고위원의 선출순서와 방식. 이는 지도부를 완전 집단지도체제로 할 것인지,또는 대표에게 어느정도 권한을 주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할 것인지의 문제와 관련돼있다.
대표의 위상을 그런대로 높여주려면 먼저 뽑아야 한다는 「선대표 후최고위원」선출방식에는 「순리론」을 내세우는 이기택대표와 신민계 선두주자인 김상현최고위원이 찬성하고 있다.
대표에 유력한 이들 두 경쟁자는 4일 따로 만나 대표를 먼저뽑고 결과에 승복하자는 페어플레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단일성 집단체제로 당을 꾸려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달리 최고위원(8명 정도)을 먼저 뽑은뒤 1,2등 득표자만을 놓고 결선 투표형식으로 대표를 뽑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기엔 김대중씨의 공백을 쉽게 메우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완전집단체제를 강조하는 조세형최고위원이 가장 적극적이며 김영배·정대철·김원기·박영숙최고위원 등 비슷한 세를 갖고있는 신민계 쪽에서 관심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럴경우 최고위원은 한사람을 찍는 단기명이 아닌 한투표지에 4명을 적어내는 연기명 투표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보여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령 무려 5천6백명이나 되는 대의원들이 한두명 인심쓰듯 적어준 후보가 실력 이상으로 표를 얻는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이 대표측은 우려해 이 방식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민주계는 김상현최고위원을 선두로한 신민계에 비해 대의원 숫자에서 4대 6으로 열세이므로 이 대표의 1등 당선을 위해선 민주계는 되도록 출마를 포기하고 표를 몰아줘야 한다. 민주계에는 김정길·이부영최고위원과 이철총무·노무현청년위원장이 최고위원에 나설 태세다.
이 두방식의 절충안으로 나오는 것이 대표와 최고위원의 동시투표제. 이를 내세운 민주계 김정길최고위원은 이미 이 대표와 협의한 것으로 보여 관심이다.
그러나 동시투표 방안은 후보자가 대표와 최고위원 양쪽 동시출마를 전제로 한듯한 인상이어서 대표와 최고위원간의 차별성을 두기 곤란하다는 문제점에 부닥쳐있다.
전당대회 준비를 위해 선결해야할 이들 사안의 논의와는 별도로 출마예상자들은 지지기반 점검 및 캐치프레이즈 준비에 들어갔다. 이 대표와 김상현최고위원 외에 정대철최고위원이 사실상 대표출마를 선언했으며 조세형·김원기최고위원은 선출방식 결정쪽에 일단 주력하고 있다.
관심을 끌고있는 이 대표의 다음 세대격인 이부영최고위원의 움직임은 스스로 『지금은 단합이 최선의 정치개혁』이라고 할 정도로 뚜렷지 않다. 그는 대선과정에서 전국연합과의 연대가 패배요인이라는 당내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조심하고 있는 느낌이다.
때문에 정대철최고위원이 신세대라는 비슷한 이미지를 묶어 바람을 일으키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다만 대표 아래 최고위원 선거에서 시세대의 목소리가 잔뜩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에는 한광옥총장·유준상의원(신민계),이철총무·노무현위원장(민주계) 등 신세대 이외에 허경만국회부의장·신순범·깁봉호·박일·이우정의원(신민계),장기욱의원(민주계) 등이 나서거나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 자칫 「도토리 키재기」양상이 될 조짐도 있다. 김대중씨의 지도부 경선에 대한 우회적인 관심표명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달 하순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으로가 연구생활에 들어가는 것도 이런 의지표명과 연관이 있다.
때문에 이 대표가 김대중씨가 선거중 자신을 지지한 발언을 들먹이는 것은 신민계 대의원들의 반발을 살 소지가 있어 이 대표측도 신경을 쓰고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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