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한국인 간 지킴이' 47년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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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인들의 지치고 피곤한 간을 지켜주는 약을 꼽으라면 10명중 8~9명은 ‘우루사’를 떠올린다. 1961년 첫 생산이래 1970년대 ‘웅담성분의 간장약, 우루사’라는 광고로 큰 성공을 거둔 약이다. 이에 당시 사명이었던 대한비타민을 아예 곰을 상징하는 대웅제약으로 바꾸기도 했다.

우루사는 현재 연간 51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웅제약의 간판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덩달아 대웅제약도 한국 제약업계를 리드하는 ‘막강’ 중견기업으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2003년 2484억원이던 매출은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하며 지난해 40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이와 동시에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전문의약품(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 시장에서 1위에 올라 겹경사를 맞았다. 각각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올메텍(고혈압 치료제,500억)ㆍ가스모틴(기능성소화불량증치료제,400억)ㆍ글리아티린(뇌혈관질환치료제,300억) 등이 주역이다.

지난해 6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종욱 사장은 대웅제약의 성공비결을 간결한 의사소통에서 찾았다. 그는 “중역회의에서도 점잖은 단어보다는 피부에 빨리 와닿는 단어를 사용해 1분내 발언을 끝낸다는 점이 장점이다”며 “개념이 정확하면 1분내 의사전달이 가능하고, 그러면 부하직원들에게 명령을 하달할 때 생길 수 있는 혼선을 줄일 수 있다는 공감대에서 형성된 기업문화이자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대웅제약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에서 사업의 기회를 찾는 동시에 환자ㆍ의사ㆍ약사ㆍ직원ㆍ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서로 ‘윈-윈(win-win)’ 하는 사업만 한다는 것을 회사의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웅제약은 이 같은 핵심가치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제약업계를 선도해 왔다. 1945년 창업주 윤영환 회장이 창업한 이래 69년엔 전 분야 무결점 운동을 제약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73년엔 기업공개, 76년엔 업계 최초로 약화사고 보상 제도 실시, 94년 국내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항생제 원료 공인, 2002년 지주회사 도입 등이 그렇다.

대웅제약이 성공가도를 달려온 것만은 아니다. 95년 간판 제품인 우루사 광고에 ‘간장약’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래서 나오게 된 게 ‘피로회복제’로의 변신. 탤런트 백일섭씨를 내세운 ‘피로와 한판, 우루사 한판’이라는 광고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실패였다. 우루사가 술 먹은 다음날 1∼2알 먹는 피로회복제로 인식돼 술을 많이 먹은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약으로 치부된 것이다. 결국 대웅제약은 우루사가 40대 이상 중년 남성만이 먹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젊고 건강한 이미지의 연예인 부부를 모델로 세우고, 평소 간을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해 먹는 ‘간 관리제’로 옷을 갈아 입혔다. 그 결과 2002년 9%에 불과하던 장기복용률이 2006년 36%로 증가했다.

여기에 연구개발력을 더했다. 지난해 기존 생산방식에 비해 제품의 공정수를 줄이고 품질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우루사 원료(UDCA, 우루소데옥시콜린산)의 생산방식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사장은 “UDCA의 생산량이 2배 이상 늘어 전세계 UDCA 원료시장에서 15% 이상의 점유율이 기대된다”며 “낮은 제조원가로 UDCA의 본고장인 일본에 연간 10t 이상을 수출하며 이 시장 점유율 80%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요즘은 UDCA의 만성 C형 간염 및 지방간에 대한 임상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고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시행되면서 국내 제약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지만, 대웅제약은 다양한 연구개발과 글로벌 전략으로 위기를 뛰어넘는다는 각오다. 이미 2010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워놨다. 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코큐텐 개발에 세계 둘째로 성공했고, 국내 생명공학 1호 제품으로 상처 치료제로 쓰이는 EGF의 사용처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대웅제약의 글로벌 전략에는 현지화 전략이 덧붙는다. 베트남ㆍ중국ㆍ인도네시아ㆍ인도ㆍ태국ㆍ필리핀 등 6개국의 현지법인은 현지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 사장은 “매출 1조원을 달성하려면 13% 수준의 해외매출 비중을 50% 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글로컬라이제이션(글로벌+현지화)을 통해서 현지에서도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글로벌 연구개발 시스템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의약품 원료 등을 위한 연구소 설립을 준비중이다. 중국과 미국에는 신약발굴을 위한 연구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글=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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