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FTA 보완대책 내놨다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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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그간 정부가 주장해 온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사공용 서강대 교수는 “소득보전 대책은 일단 만들어 놓으면 갈수록 국민 부담만 늘어날 뿐 농업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며 “눈앞의 피해 보상보다 농어민이 다양한 소득원을 갖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퍼주기’ 보상 논란=한·칠레FTA가 발효하면 키위·시설포도 농가가 망한다는 농민단체 주장에 정부는 1조2000억원 규모의 피해보상 기금을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FTA 발효 후 키위·포도 값이 더 올라 정부 지원금을 받은 농가는 하나도 없었다. 폐업 지원금도 마찬가지다. 칠레산 포도·키위·복숭아가 쏟아져 들어올 거라며 1만1340가구가 과수원을 접고 1435억원의 보상금을 받아갔다.

그러나 칠레산 복숭아는 검역 때문에 한 알도 수입되지 않았다. 복숭아 나무를 베어 버린 과수원은 폐업 보상금을 받아 사과·배 재배에 나서 애꿎은 사과·배 값만 떨어뜨렸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막는다며 이번엔 피해 보상 대상과 비율을 늘리고 보상 기준도 가격이 아니라 소득으로 바꿨다. 가격이 안떨어져도 재배면적 감소로 수입이 줄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재배면적 감소 원인을 가리기가 모호한 만큼 부당지원 시비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제조·서비스업 지원 대상도 68만여 개에서 281만여 개 업체로
네 배 이상 늘렸다.

◆국민 부담 눈덩이 우려=고령농 은퇴 촉진을 위한 ‘경영이양 직불제’는 장기적으로 엄청난 재정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농어촌 고령화를 감안할 때 지원 대상이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업농의 소득 안정을 위한 ‘농가소득안정 직불제’도 마찬가지다.

쌀 소득보전 직불제로만 2년새 2조8000억원이 나갔다. 쌀을 포함한 농가 소득 전체로 이 제도를 확장한다면 국민 부담은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권오규 부총리도 예산 문제는 슬쩍 넘어갔다.

◆농정의 틀 바꿔야=농어업만으로 농어촌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게 전문가 지적이다. 농어업에만 매달려서는 농어촌이 자생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면 국민 세금으로 모자라는 부분을 메워줄 수밖에 없고 여기에 기대 영세 고령농이 농업을 포기하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이를 끊자면 기업과 도시 자본이 농어촌에 투자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게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농어업 정책을 농림부와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다 보니 농어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농어촌=농어업과 같은 낡은 틀부터 깨야 농어촌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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