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사 틀잡기」 대학들 산고/40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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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4년전 실시했던 것 과정 달라져 무용/서로 「모범답안」 눈치살펴/교사·학생 실험평가후 1학기중 윤곽/연구팀 각국에 파견 자료수집도
94학년도부터 시행되는 새 대입제도에 따라 13년만에 대학 본고사가 부활되면서 대학마다 고사 시행안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본고사를 치르기로한 40개 주요 대학들은 일단 2월말까지 본고사 시행초안을 만들어 일선 고교생이나 교사를 대상으로 사전 실험평가를 치른뒤 문제유형·난이도 등을 수정,1학기중에 최종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지만 본고사의 문제유형부터 고사관리·채점에 이르기까지 참고할만한 마땅한 「모델」을 찾지못해 서로 다른 대학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고교에서는 대학별 본고사 시행안이 안개속에 가려진채 교육부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종안 발표까지 당초 약속과 달리 해를 넘기자 「새 대입제도에 어떻게 대비하란 말이냐」는 불평과 함께 고3 진급생 및 학부모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대=지난해 4월 본고사 실시 방침이 확정된 이후 교무처 산하에 입시센터(가칭)를 설치하고 본고사에 대한 전반적인 대비와 출제방식에 대해 분야별 연구반을 편성,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는 이에 따라 영국·프랑스·일본 등 5개국에 연구팀을 보내 각국의 실무자를 만나고 입시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백충현 서울대 교무처장은 『아직까지 논술·주관식 출제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 이외에 구체적인 것은 하나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14년전까지 시행해온 본고사는 그동안 교육과정의 큰 변화 등으로 전혀 참고할 수 없어 관련자료 부족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눈치=지난해 6월께 본고사 출제위원회를 구성해놓은 연세대는 2월말까지 과목별로 본고사 초안을 마련,고교 교사들의 조언을 받아 문제유형을 일단 확정할 예정이나 이후라도 서울대 등 다른 대학의 안이 나오면 참조,수정한다는 계획이다.
고려대는 지난해 11월초 대책위를 구성,고교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초안을 만들어 이미 12월16일 고려고·중앙고 등 2개고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첫 모의고사를 치른데 이어 2월중 2차 모의고사를 치를 예정이나 아무래도 서울대안이 나오기 전엔 발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서강대·이화여대 등도 대체로 2월말까지 해당학과 교수들이 시안을 만든뒤 다른 대학과의 균형,난이도 비교,고교 교사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실험평가 등을 통해 최종안을 확정짓는다는 구상이나 각 대학이 대부분 자신있는 「모범답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여서 그 시기는 상당히 늦어질 전망이다.
이승환 이화여대 기획처장은 『대학마다 본고사 과목 및 배점만 정해놓고 구체적인 출제방침 등에 대해선 눈치만 보고 있는 상태』라 말하고 『아무래도 1학기 내내 본고사 문제를 놓고 씨름해야할 판』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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