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뒤흔든 밀레니엄버그 대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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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말.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기대에 들떠야 할 지구촌은 밀레니엄 버그(Y2K)문제가 몰고 올지도 모를 엄청난 재앙에 오히려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Y2K(year two kilo problem)는 컴퓨터가 연도표시의 마지막 2자리만을 인식, 1900년 1월 1일과 2000년 1월 1일을 같은 날로 오인했을 시 발생할 여러문제를 일컫는 용어다.

연도 표시가 '19'가 아닌 '20'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기계들에 가르쳐주기 위해 미국 등 세계가 지출한 비용은 약 2천5백억달러에 달했다. 한국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Y2K해결을 위해 공공부문 1조1천억원 등 모두 2조원이라는 뭉칫돈을 쏟아부었다.

당시 정부와 여론의 호들갑에 일반인들을 2000년 0시가 되면 원자력발전소가 멈춰서고, 전기공급이 끊기고, 하늘에는 오발된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경미한 사고 몇건을 제외한 세기말 대재앙은 없었다. 새 천년은 큰 문제 없이 열렸고, 21세기의 태양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찬란히 떠올랐다.

전세계의 야단법석이 다소 머쓱했었지만 이 모든 것이 그간의 대비책 덕분이었을 수 있기에 비용을 아까워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별탈없이 끝난 Y2K 덕분에 당시 각광을 받던 Y2K 전문가들이 이후 실직위기를 겪는 등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위기에 몰렸었다. 2000년 1월 5일 뉴욕타임스지의 "이제 Y2K 전문가들은 모두 실직자가 되고 관련 책자는 폐지로 전락할 것이다"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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