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앞당겨 대폭 승진단행/주요그룹 92년 임원이동 특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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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율·책임경영쪽으로 방향전환/홍보인력 사장단 발탁 등도 눈길
대우그룹을 제외한 주요그룹의 임원인사가 끝났다. 지난해 주요 그룹인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예상밖으로 승진폭이 컸다는 것과 인사시기를 다소 앞당겼다는 점이다.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이 창업이래 최대의 승진인사(삼성 2백54명,현대 2백88명)를 단행했으며 럭키금성그룹도 승진폭이 가장 컸던 90년(1백63명)과 엇비슷한 1백61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예상을 뒤엎고 큰폭의 승진인사기 이루어진 것은 그룹 최고경영자가 단기실적에 연연해 하지 않는 대신 장기적인 방향을 자율·책임경영쪽으로 확실히 잡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전자·종합상사·섬유 등 경영이 부진했던 계열사에 대해서도 『업종별로 경기가 엇갈려 경영진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상황논리가 받아들여졌고 또 내년에는 경기가 호전되리란 기대감으로 「일단 승진인사로 사기를 부추긴뒤 다시한번 뛰어보자」는 의미가 승진인사뒤에 깔려있다.
당초보다 인사시기를 1주일정도 앞당긴 것은 지난 한햇동안 잇따른 선거와 경기부진으로 기업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흐트러졌다는 판단아래 연말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새해부터 새출발을 해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은 이번 인사로 1세대가 일선에서 물러나앉고 주요 경영층이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로 젊어져 최고경영자와 호흡을 맞추기가 쉬울 것으로 보이며,현대는 대통령선거 지원과정에서의 고생에 대한 보답으로 별다른 보직변경없이 앉은채로 대규모 승진인사가 이루어졌다.
지난해 인사의 또다른 특징은 예전에 비해 영업·생산쪽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임원을 선발했으며 연구분야쪽도 임원급 연구위원이 대거 탄생해 점차 중용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인사로 복수대표제도(대표이사 회장­대표이사 사장)가 도입된 기업도 많은데 이미 기업이 일정규모이상 커진 상황에서 경영의 안정성을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사숨통을 트기위한 편법」 「옥상옥식의 직급인플레」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편 올해 인사에서 경영대권이 2세나 3세에게 완전히 넘어간 경우는 없지만 여전히 2세 체제를 굳히는 인사는 계속되고 있다.
선경그룹 창업자 고최종건회장의 장남인 최윤원씨가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두계단 올랐고,쌍용그룹 김석원회장의 동생인 김석준씨도 쌍용건설 회장으로 승진했다.
또 기업경영에서 이미지관리와 여론형식의 중요성이 커진 탓인지 각그룹의 홍보인력이 대거 승진했는데,특히 선경그룹의 최시호전무가 제2이동통신의 반납에도 불구하고 부사장으로 승진해 홍보인력이 처음으로 사당단에 끼게 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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