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들 사회가 감싸줘야|본지「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연재마친 박삼중 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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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상처 난 우리 이웃들의 소리 없는 통곡, 높은 담 안에 갇혀있는 뼈아픈 사연들을 들려주던 박삼중 스님(50)의 「형장의 빛」이 22일(일부지방 23일) 제53회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지난 5월 25일부터 본지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란이 약 7개월에 걸쳐 연재돼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아온 「형장의 빛」은 재소자 교화활동을 펴온 삼중스님이 그동안 가슴에 묻어온 슬프고 안타까운 우리 이웃들의 얘기를 공개하면서 많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내 가슴은 통곡의 경전』이라며 말문을 연 삼중스님은 『가슴에 고였던 얘기를 쏟아내고 나니 후련하기도 하지만 재소자들의 아픔을 공유해야 하는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겁다』며 연재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삼중스님이 재소자 교화활동을 해온 지도 올해로 25년. 서울 서대문구치소 담을 끼고있는 언덕 집에서 태어난 스님은 자신과 재소자와의 인연을 「숙명」이라고 설명한다.
부장 교도관을 지낸 어머니, 서울구치소 교도관을 지낸 여동생, 검찰공무원인 남동생, 그리고 절 마당에서 개를 잡아먹고 술을 마시고는 『부처가 영험이 있으면 내게 벌을 내려 보라』고 고함치고 정말로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인연처럼.
그리고 삶에 대한 번민에 빠져있던 17세 때, 고학으로 변호사가 되려했던 꿈을 접고 해인사에 입산한 그는 66년 대구교도소에서의 첫 설교를 계기로 지금까지 약 25년간 교도소를 떠도는 운명을 껴안았다. 『교도소는 바로 우리가 만든 것입니다. 범죄자라고 낙인찍힌 그들 대부분은 환경에 밀려 「실족」한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지요. 우리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책임을 느끼고 그들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교도소에서 이미 수천회의 설교를 한 바 있는 삼중스님은 그동안 그가 만났던 재소자들의 수를 모두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지금껏 만난 사형수 3백명과 그중 그가 주도하고 사회각계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진 사형수 7명은 잊지 못한다. 『사형은 제도에 의한 폭력입니다. 사형으로 사회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지요. 인간이기 때문에 오판이 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처벌은 오히려 흉악한 대형범죄를 낳을 수가 있지요.』그동안 누구보다도 사형수를 많이 만난 그는 어느새 강경한 사형제도 폐지론자가 되어 있다.
『나이 들면 한 평생 해온 일들을 반추하며 외로움을 잊겠다』는 그는 앞으로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어 재소자 가족 돕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출소자들이 새 삶을 개척할 수 있는「따뜻한」집을 만드는 일에 남은 생을 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부산에 있는 자비사에서의 포교와 각 산업체 등에서의 강연으로 바쁘게 지내는 삼중스님은 『소년원 얘기를 비롯, 아직 못다 한 얘기가 남아 있지만 시간이 흐른 뒤 기회가 주어지면 마저 털어놓겠다』고 아쉬워하며 지금까지 전화·편지, 때로는 눈물겨운 성금으로 격려해준 독자들에게 자비의 마음을 실은 새해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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