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라이벌 전 무기연기-세밑 탁구계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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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세밑 탁구계가 「증권사 라이벌 전」무산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김병승 대우증권 총감독이 지난 26일 최원석 탁구협회회장에게 라이벌 전 개최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진정서를 공식제출, 파문이 이는 가운데 라이벌 전을 중계키로 했던 SBS방송사 또한 반발이 커 좀처럼 파장이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
특히 SBS의 반발은 최강전 중계 등 탁구경기중계에서 기득권을 행사해온 MBC와의 충돌이 불가피, 자칫 양 방송사간의 다툼으로까지 비화될 우려를 낳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권사 라이벌 전은 지난 10월 전국 체전 남자단체결승에서 맞불었던 동아증권·대우증권 팀이 유남규, 김택수 등 세계적인 스타를 보유한 이점을 십분 활용, 라이벌 전 개최로 팬들을 불러모아 한국 탁구 발전에 일조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돼 26일 힐튼호텔에서 벌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안은 양 증권사를 포함, 제일합섬의 3팀밖에 존재하지 않는 국내 남자실업팀 구조상 「특정 팀을 소외시켰다」는 따가운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제일합섬의 유망주 이철승을 포함시켜 「증권사 라이벌 전」 대신 「실업연맹 라이벌 전」으로 수정,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실업연맹 라이벌전」 또한 MBC가 86년부터 개최해온 「탁구 최강전」 과 성격이 유사해 이번엔 MBC의 반발을 사게됐다.
특히 일정이 오비이락 격으로 MBC가 중계권을 갖고 있는 월드 올스타 서키트 대회(1월)·최강전(2월)을 각각 한두 달 앞둔 시점이어서 김빼기란 오해의 소지까지 남긴 것.
이같은 복잡한 배경아래 대한탁구협회는 슬그머니 발을 빼 이 문제를 한국실업연맹(회장 김은수)으로 넘겼고 연맹은 지난 12일 임시회의를 열어 라이별 전의 무기연기를 결정했다.
이유는 유남규·김택수 등 출전선수 일부가 세계복식컵 대회(미국·24일 귀국)를 다녀온 직후인데다 내년 1, 2월 월드 올스타 서키트 대회·최강전등 국내외대회가 잇따라 열려 일정상 여유가 없다는 것.
그러나 중계시간까지 할당, 의욕을 보였던 SBS는 이같은 연맹 측의 결정에 반발해 복식컵 대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에서의 현지 취재를 통해 김택수나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단식챔피언인 페르손(스웨덴) 등으로부터 일정에 무리가 없다는 코멘트를 받아내 지난 20, 21일 스포츠 뉴스를 통해 공세에 들어갔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탁구 인들의 마음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탁구계의 내홍은 탁구인 모두 책임져야할 성질의 것이어서 불신풍조 제거가 급선무라는 것이 탁구 인들의 지적이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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