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10대들 「랩」열풍 가요시장 점령-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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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영화계의 대대적인 재편을 예고하는 한해였다.
제작·배급의 생산·유통과정이 기존방식과는 완연히 달라졌다.
제작부문에서는 신인감독의 득세 및 기성감독의 퇴조, 전문기획자의 입지확보, 신진 시나리오작가의 등장이 두드러져 진정한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했다.
신인 중 박종원 감독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몬트리올영화제 제작자 상, 청룡·춘사영화상 그랑프리 및 하와이동서영화제 대상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의석 감독은 데뷔작 『결혼이야기』로 서울 개봉관에서 50만명을 동원, 한국영화 흥행사상 3위의 관객동원기록을 세웠다.
반면 기성감독 중에는 임권택·김호선·정지영·장선우·강우석 감독 등이 제몫을 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중 정지영 감독은 『하얀 전쟁』으로 동경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 소재선택이나 영화스케일에서 임권택 감독처럼 중량 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전문기획집단의 대표 격은 「신씨네」와 「한국영화기획정보센터」.
「신씨네」는 『결혼이야기』『미스터맘마』라는 올 흥행 1, 2위작을 잇따라 터뜨려 「촬영 전 준비의 철저화」로 요약되는 영화제작 과학화의 시범을 보였다. 「영화기획정보센터」는 여름 영화학교와 추억의 명화 페스티벌을 통해 기획의 상업적 가치를 입증했다.
신인감독과 전문기획자의 이같은 약진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방향설정의 구체화·차별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난립에 가까운 영화제작사의 정예화도 주목할 부분으로 그중 태흥영화사(대표 이태원)의 꾸준한 활동(『경마장 가는 길』『장군의 아들3』개봉, 『서편제』『화엄경』제작 중)은 본보기가 될만하다.
이같은 영화계의 재편은 미국영화직배가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인데 이 때문에 영화의 최종 소비 처인 극장의「우리영화 사랑」이 더욱 요구되는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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