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반대 시민집회, 민노총서 준비 방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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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울산 시민단체를 항의 방문해 피켓을 부수고 어깨띠와 현수막을 훼손했다. 이들 피켓과 현수막은 울산 시민들이 현대차의 정치파업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에 쓰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관계기사 12면>

하부영 울산본부장을 포함한 민주노총 조합원 50여 명은 26일 오전 11시쯤 울산상공회의소 앞에서 "'행울협' 해체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10여 분간 시민들의 '파업 반대 시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행울협은 여성단체협의회 등 140여 개 시민단체 2만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의 약칭이다. 이들은 "행울협과 상의가 현대차노조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두철 상공회의소 회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어 제지하는 상공회의소 직원 3~4명과 몸싸움을 벌이며 상의 1층 로비로 난입, 로비 구석에 보관된 피켓.어깨띠 70여 개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짓밟고, 공중에 뿌렸다. 이런 장면을 2층에서 지켜보던 울산상의 관계자가 "해도 너무 한다"고 소리치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쫓아 올라가 욕설을 퍼부었다.

1층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던 조합원들은 하부영 본부장 등 대표자 10여 명과 함께 7층의 박종근 상의 부회장과 면담한 뒤 돌아와 "피켓이 울산 시민들의 것이라면 우리도 시민이니 집회도구 하나씩 가져가고 나머지는 밖에 버리자"며 다시 시위용품들을 부수고 밖으로 끌어냈다. 일부는 피켓을 가져가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오늘은 경고 차원에서 이 정도로 끝내겠다"는 말을 남기고 오전 11시50분쯤 돌아갔다.

뒤늦게 상의로 온 이두철 행울협 공동위원장은 "민주노총 사람들이 왔다는 연락을 받고 직원들에게 '정중히 모시라'고 했는데… 시민들이 만든 피켓을 부순 것은 시민을 상대로 한 폭력"이라고 개탄했다.

행울협 회원 등 4000명은 이날 오후 3시쯤 예정대로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등 3곳에 집결, '현대차 노조는 불법 정치파업 동조 말라'는 피켓과 현수막 500여 개를 앞세우고 30여 분간 파업 자제 촉구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일방적인 파업 자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울협 측의 면담 요구를 거부하고 "28~29일 금속노조 총파업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남부경찰서는 이날 민주노총의 상의 건물 난입과 관련, 하부영 본부장 등 5명에 대해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로 출석 요구서를 발부했다.

울산=이기원.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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