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계에 성스캔들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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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3세의 아가씨 주간지에 보수파와의 「관계」폭로/“최고회의 의장 등 거물과 밀애 나눠”/당사자들 “옐친의 공작정치다”역공
수개월째 계속되는 보혁대결로 잔뜩 달궈진 러시아정국이 「어느 불결한 아가씨」에 의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다리야 아슬라모바(23)라는 미모의 아가씨가 유명정치인들과 맺어온 은밀한 관계를 최근 언론에 폭로하고 나선 것.
저널리스트를 자처하는 아슬라모바는 시사주간 소베세드니크지 최신호에 기고한 「어느 불결한 아가씨의 수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동안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상설의회)의장·니콜라이 트라프킨 민주당총재 등 정치실세들과 밀회를 즐기고 육체관계까지 가졌다고 폭로했다.
아슬라모바는 두쪽에 걸친 기사에서 자신이 하스불라토프의장에게 접근,친밀해진 뒤 집에 초대받아 함께 술을 마시고 육체관계도 가졌다고 밝히고 『의장은 여자를 속속들이 알고 있어 접대에도 능수능란 했다』는 촌평을 곁들이고 있다. 아슬라모바는 이와 함께 나머지 정치인들과의 밀애담을 엮어 곧 책으로 펴낼 예정임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일반인들은 구소련·러시아를 통틀어 최초로 터진 「정가의 섹스스캔들」이라는 점에서 호기어린 관심을 보이면서도 사나이는 주색잡지에 능해야 한다는 러시아인들 특유의 고정관념 때문에 「관계자들」을 도덕적으로 매도하지는 않고있다. 당사자들도 가타부타 변명 보다는 아예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둘다 최근의 보혁투쟁에서 보수진영의 선봉에 서 보리스 옐친대통령 정부를 맹타한 장본인들이어서 이번 사건을 공작정치로 몰아붙여 역공을 펴고있다.
특히 옐친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하스불라토프의장은 인민대표 대회때만 되면 불쑥 나타나는 이같은 장외공세의 진원지가 옐친진영이라고 꼽고있다. 그는 지난 4월 제6차 인민대표대회 당시에도 자신이 술고래에다 마약복용자이며 공금을 유용해 사적인 여행을 즐기고,민주투사가 아니라 고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부터 선사받은 호화저택에 살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괴문서가 나돌아 한동안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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