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서울시 대중교통요금체계 개편은 …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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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장기적인 서울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대중교통 요금 개편을 통해 효율성 증대 및 환승 불편 해소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건설교통부와 서울시의 태도를 볼 때 '교통요금의 합리화'란 명목일 뿐 실제는 요금 인상이 주목적인 것 같아 개편에 동의할 수 없다. 굳이 요금 체계를 바꾸려면 자동차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대폭 이동시킨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해마다 서비스.환경 개선 운운하며 교통요금은 오르고 있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이 우리 교통의 현실이다. 잘못된 고용.업무 구조의 개선은 미뤄둔 채 안일하게 비정규직을 고용해 운영되고 있는 지하철이나, 특별한 대책도 없이 예전의 노선을 따라 밀리고 또 밀리며 짜증나는 출퇴근길 버스…. 요금이 인상돼도 버스는 여전히 난폭운전, 지하철은 매년 파업으로 위협이나 하고 있지 않은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정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흔한 말로 콩나물시루 같은 서울시를 벗어나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은 무엇보다 서울시내 주거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경오염 등 각종 사회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인구의 서울 집중을 억제한다는 대명제 하에 많은 사람이 신도시 등을 포함한 위성도시에 살고 있다. 이들 중엔 정부 정책에 충실히 따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거리에 따라 요금이 과다하게 부과될 경우 이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금을 인상해도 지하철 등의 수입은 오히려 줄 것이고 교통난도 가중될 것 아닌가.

▶기본요금은 그대로 두면서 거리에 따라 인상한다는 것은 교통요금을 인상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교통요금이 인상될 경우 서민은 대부분 차를 사려고 할 것이다. 비용이 동일하다면 왜 난폭운전에 시달리려 할 것인가. 이제는 버스도 공영체제로 가고 지하철도 구조조정해 요금을 인상하지 말아야 한다.

▶대중교통이란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것인데 왜 수익을 맞추는 것에 급급한지 모르겠다. 멀리 간다 해서 돈을 더 내고, 조금 간다 해서 조금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2천~3천원씩 내고 버스를 타야 한다면 차가 있는데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