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광 스님·천상병 시인 그림 동화책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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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인 천상병씨(62)가 글을 쓰고 중광 스님(57)이 그림을 그린 어린이들을 위한 책『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민음사간)가 출간됐다.
어린이의 순진무구한 마음을 가지고 평생 때묻지 않고 살아온 천씨가 자신의 마음속 풍경을 짧고 쉬운 언어로 쓴 이 책은 어른에게는 어슴프레한 동심에의 향수를 불려내며 어린이에게는 오늘의 『명심보감』으로 읽힐 수 있다.
『어린 시절은 짧고도 짧다./금세 세월이 지나가는 것이다./세월이 늦다고 말하는 사람은/무슨 약속이나 한 사람들뿐이지./세월은 너무 빨리 흐른다./그 짧은 세월을 앞에 하고/우려가 해야 할 일은 하루하루를 충만하게,/정직하게 살아가는 일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누구나 할수 있는 흔한 이야기 같지만 위와같은 언어속에는 평생 어떤 제도에 편입되기를 거부하며 구름같이 떠돈 천씨의 문학의 뿌리가 있다. 그것은 만물을 다 받아들일 수 있고, 삼라만상의 운행법칙과 같은 자연스러움이다.
초기 시에서 긴장된 시적 언어로 그같은 자연스러움, 혹은 순진무구함을 추구했던 천씨는 최근「아가야」「요놈! 요놈! 요 이쁜놈」등의 시편을 통해 아예 시적 형식마저 자연스럽게, 쉽게 흘리고 있다.
걸레스님으로 불리는 중광은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예술가. 미국·일본 등에도 시와 그림이 발표되었고 NHK등에서 그의 예술세계를 방송했다. 그의 예술세계는 불교의 1탄에 기초하면서 어린이의 마음인 순진무구에 접근하고 있다.
이와 같이 어린이와 선을 통해 절대자유세계를 지향, 이 시대 규범에 어긋나게만 살아「기인시인」「미치광이 중」으로도 불리는 천씨와 중광은 평소 호형호제하며 기항으로 숱한 화제를 뿌리며 공동작업도 해왔는데 이 책에는 그들의 천진함이 잘 나타나 있다. 중광의 미술적 작업과 천씨의 글을 엮어 총 천연색으로 꾸몄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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