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공급 어떻게 이뤄지나/새돈물량 연초결정 조폐공서 납품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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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련번호 매겨 유출상황 쉽게 체크/3천억이면 8t트럭 4대분 넘어
한은은 연초에 한햇동안 필요한 새 화폐물량(92년 3조5천억원)을 정해 조폐공사에 인쇄를 의뢰해 필요할 때마다 납품을 받는다.<그림참조>
이때 조폐공사가 찍어내는 화폐에는 일련변호가 붙으며 또 한달에 두번씩 현물검사를 하기 때문에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돈을 빼내기는 어렵다. 국민당의 주장대로 3천억원을 1만원권으로 빼내려면 장부의 일련번호상 3천만번호가 차질이 생겨 곧바로 드러나게 된다는 한은의 설명이다.
「그림」에서 보듯 화폐는 조폐공사에서 인쇄돼 한은금고에 보관돼 있다가 시중은행에서 한은에 개설한 당좌예금 계좌의 수표발행 액수만큼 한은의 출납창구에서 공급된다. 이 현금통화중 일부는 대출금으로 시중에 남고 나머지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 예금으로 다시 들어오며 은행은 또 이 예금중 일부를 지불준비금으로 한은에 예치하고 나머지를 대출재원으로 쓴다. 한은은 12월 들어 14일까지 한은창구를 통해 8천6백93억원의 본원통화를 공급했다. 이중 8천3백40억원은 한은에 개설돼 있는 금융기관의 당좌예금 계정에 입금됐으며 실제로 현금통화로 공급된 돈은 3백53억원에 불과하다고 한은측은 밝히고 있다.
중앙은행에서 나가는 돈(본원통화)은 곧바로 인플레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에서 통화공급 규모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8.5%가 넘지 않도록 목표를 정해두고 관리한다. 과거에도 선거때면 돈을 새로 찍어 공급했다는 시비가 일었는데,87년 대선때도 조폐공사에서 밤을 세워 화폐를 찍어냈다고 해서 논란이 됐었지만 다른 나라 돈을 찍어 수출하는데 기일에 쫓겨 일어난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현금 3천억원은 8t트럭 4대가 와서 실어가야 할 물량이다. 단위제조원가가 34원인 1만원짜리 새 돈 1억원 뭉치가 11.3㎏이라서 3천억원의 무게는 34t에 이른다. 따라서 이 돈을 몰래 빼냈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는 한은의 이야기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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