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개혁」 궤도수정 불가피/중도보수총리 맞은 러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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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보수입김 강화 「완만한 개혁」 예고
체르노미르딘이 러시아 신임총리로 임명됨으로써 그동안 혼란상을 보이며 갈등을 빚었던 러시아 정국이 수습됐다.
그러나 러시아 개혁정책의 방향은 전면 수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수파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강해지게 됐으며,결과적으로 시민동맹의 결과적으로 시민동맹의 경제개혁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옐친과 그의 각료들은 러시아의 경제개혁은 절대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지만,이는 앞으로 지금까지 가이다르팀으로 함께 활동했던 표트르 아벤이나 아나톨리 추바이스 등 개혁적 성향의 인물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체르노미르딘과 정책적인 보조를 맞추어 활동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시민동맹이나 의회내 보수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이다르 등 몇몇 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체르노미르딘 자신이 중도 보수적 성향의 인사로 급진적 개혁보다는 완만한 개혁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옐친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기록한 스코코프·체르노미르딘·가이다르 3인중 체르노미르딘을 총리후보로 추천한 것은 그가 의회와 더이상 힘겨루기를 포기하고 타협의 길로 나선 것을 의미한다.
옐친은 의회와의 전면전이 현단계에서는 그에게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가이다르를 포기한 대신 의회의 내각인준에 대한 동의권을 내년 4월까지 보류시키는 양보를 얻어냈다.
이로써 옐친은 4월까지는 자신의 의도대로 내각을 이끌고 갈 수 있게 됐고 이후에는 의회와 합의한 대로 다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도 있고,가이다르를 다시 기용할 수도 있게돼 외면상으로는 얻은 것이 더 많아보이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옐친은 이번 양보와 타협의 결과,가이다르와 겐나디 부르불리스를 잃게돼 계속해서 서방의 지원을 얻기위해서는 이들이 담당하던 정치·경제의 1등 참모의 공백을 다른 인물로 채우면서도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됐다.
이번 총리경질은 또한 크렘린내 권력갈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옐친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일전을 벌였던 유리 페트로프 행정실장파가 스코코프 국가안보위원회 의장과의 연합으로 부르불리스파에 비해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리 경질로 가이다르의 앞으로의 직위도 관심을 끌고 있다.
모스크바의 분석가들은 그가 체르노미르딘 밑에서 제1경제부총리로 일을 하거나,아니면 옐친의 경제고문 역할을 맡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체르노미르딘은 지난 91년 러시아 대표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인물로 당시 삼성전자 등을 보고 한국의 경제력을 높이 평가한 옐친 정부내의 친한적 인사로 알려져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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