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요구한 '국제금융거래 정상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방북 보따리가 풀리고 있다. 그는 방북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2.13 합의 이행 의지와 향후 6자회담 일정을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조선신보도 23일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병행하고(포괄적인 해결), 국제금융거래 정상화(금융거래 분야 협력 강화), 양자 협의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평양 북.미 회동은 후속 6자회담의 모태로서 무게감이 있다.

북측은 올 1월 베를린 양자 회동의 약속을 앞세워 3개월 동안 2.13 합의에 따른 영변 핵시설 폐쇄.동결을 하지 않고 버텼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6자회담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이다.

이번에도 금융거래 정상화 문제가 우려 대상이다. 이 문제가 일회성으로 끝난 BDA 송금 문제처럼 미 정부가 초법적으로 풀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측은 비핵화가 진전되고 북.미 관계가 좋아지면 국제금융 거래를 위한 신용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란 입장이다.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 북핵 해법은 다시 미궁에 빠질 수 있다. 정부 당국자도 "불법 활동 중단과 관련해 북한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으며 금융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미주연구부장은 "북측은 대미 핵 협상과 경제 회복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금융 문제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핵 불능화의 개념과 방법을 둘러싼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 프로그램 목록 신고 대상에 핵 물질인 고농축 우라늄(HEU)을 포함시키는 문제도 난제로 꼽힌다. 북측은 HEU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