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민주주의의 딜레마』-로버트다알 지음 신윤환 옮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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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민주주의 체제는 다양한 독립적 조직들로 이루어진다. 이 조직들은 다원적으로 사회를 구성하면서 정부의 물리력을 최소화시키고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독립적 조직이 정부의 민주화 결과로 탄생되는 것만은 아니고 오히려 민주적 절차 그 자체를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의회가 군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뒤 오랜 기간 어느 쪽도 다른 쪽을 지배할 수 없었다. 그후 상호 통제는 내각과 의회 사이에서, 그리고 의회와 선거구민 사이에서 발전했다. 독립적인 노동조합의 출현으로 노동조합과 고용자 사이에도 상호 통제가 어루어질 수 있었다.
이러한 독립적·자율적 조직들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따라서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은 다원주의적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들이 배태하는 부정적 측면은 다원적 민주주의를 커다란 딜레마에 빠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딜레마의 원인은 ▲정치적 불평등의 고착화 ▲시민의식의 해체 ▲공공이익의 왜곡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적 불평등의 고착화는 조직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집단 이익 추구가 광범위한 불평등과 완벽하게 조화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직이 구성원을 받아들이는데 제한적일 때 그 결과로서 불평등이 나타나기 쉬운데 이는 조직화된 시민들이 같은 수의 비 조직화된 시민들보다 민주사회에서는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시민의식의 해체는 조직 구성자들이 공공의 이익은 존재하지 않고 조직과 개인의 이익만 존재한다고 믿게끔 진행되기 때문이다.
공공의 이익에 대한 방기는 신중히 고려돼야할 대안들에 대한 선택이 불평등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공의제의 왜곡 현상을 가져온다. 집단이기주의는 각 집단의 특수한 관심사들 보다 더 중요한 공공이익에 대한 인식을 약화시켜 다수의 시민들에게 실질적 장기이익을 약속하는 대안보다 비교적 소수의 조직화된 시민들의 가시적 단기이익을 약속하는 대안들을 더 심각하게 고려하도록 권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독립적·자율적 조직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 정부나 국가기관이 갖고 있는 최종 통제권까지 빼앗아가게 된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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