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정치참여-대안 연구 빈약…행사에 만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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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2년 벽두부터 몰아친 총선 바람과 12월의 대선정국 등 두 차례의 큰 정치바람은 여성계에도 그대로 불어닥쳤다. 정치의 해로 기록될만한 올해 여성계는 그 어느 때 보다 여성의 정치참여 등과 관련, 정치적 쟁점이 많았던 한해였다.
그러나 3월 총선 결과 여성의 의회진출이라는 정치적 성과로 볼 때 지역구가 전멸하고 전국구로 3명의 여성의원만이 의석을 차지해 「60년대 수준으로의 퇴보」라고 불릴 만큼 참패를 면치 못했다.
또 여성정책과 관련해서는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여성관련 공약을 수없이 했고 여성계의 제안도 무성했지만 「성폭력특별법제정」이 구체적 현안으로 떠오른 것을 제외하고는 그 동안 끊임없이 되풀이 돼 온 실체 없는 이상론만이 난무했던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여성계는 대선을 앞두고 비교적 빠른 행보로 활동을 전개해 왔다. 각 당 여성정책 청취와 정책 제안은 지난 6월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경오)가 개최한 3당 예비 대통령후보초청 여성정책 조찬간담회부터 시작됐다.
그것은 10월 전국 여성지도자들의 연례대회인 「전국 여성대회」로 이어져 3당의 여성정책분석 및 정책제안, 여성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해결의지를 지닌 후보에 투표한다는 내용의 여성유권자 결의 등을 채택했다.
이밖에 크고 작은 여성단체들이 각 당 여성정책평가 여성유권자에 대한 거리홍보 등을 계속 전개하고 있다.
각 당 대통령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는 여성관련 정책은 대부분 ▲여성의 내각참여 대폭 보장 ▲고위직 여성할당제 실시 ▲탁아시설 확충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성폭력 관련법 제정 등이다.
여기서 여성계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 여성할당제. 여성단체 협의회 등은 각 당에 국회의원 후보 중 20%를 여성에게 할당해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고위직 할당제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들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답은 받아내지 못한 상태다.
이밖에 다른 여성정책 관련 문제의 내용면에서도 활동량의 풍부함에 비해 실속은 없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또 여성단체들은 각 당의 여성정책에 대한 평가서를 내고있으나, 각 당의 정책비교 차원에서 끝나 연구를 통한 실천가능하고 긴급한 문제를 포함한 정책방향에 대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선거때마다 연례행사로 하는 공명선거운동·부정선거감시운동도 부진한 상태다.
결국 여성계는 92년 한햇동안 벌였던 정치운동을 되돌아 볼 때 현실정치의 판도분석과 치밀한 사전연구 등으로 무장된 실질적 「투쟁」이었다기 보다는 추상적인 명분에 따른 의례적인 행사차원에 머무른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여성계의 자생을 촉구한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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