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충치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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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15면

고기 조각을 씹던 메리(이하나 분)가 툭 말했다. “내 꿈은 충치야. 품고 있어도 아프고 빼버리기도 아파.” 듣고 있던 대구(지현우 분)라고 대꾸할 말이 없다. 큰맘 먹고 ‘쏘겠다’ 한 꽃등심 저녁을 계산할 자신도 없으니. 두 청춘 백수에게 꿈은 질병이고 사치다.
인터넷소설 ‘한심남녀 공방전’이 원작인 MBC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고동선 연출, 김인영 극본)은 참신하다. 일단 만화 같지만 친근한 캐릭터. 뮤지컬 배우를 지망하나 5년째 오디션에서 낙방하는 황메리나, 이름만 무협소설 작가이지 ‘오대수 머리’(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의 헤어스타일)와 트레이닝복 차림이 백수 신세를 웅변하는 강대구나.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 무협지 대화체와 시트콤을 방불케 하는 경쾌한 극 전개도 ‘메·대·공 폐인’들이 열광하는 차별성. SBS 화제작 ‘쩐의 전쟁’에 밀려 고전하는 시청률(4%대)이 아쉬울 정도다.
재벌 남녀의 판타지 연애가 주를 이루던 ‘수·목 미니시리즈’에서 이 비주류 인생은 자체로 도드라진다. 인터넷 게시판엔 “내 얘기 같다”는 소감이 넘친다. 삼류가수 코러스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졸부 집안 보디가드 짓도 해야 하는 변변찮은 청춘이 내 얘기라니. 하지만 그게 현실인 걸 어쩌나. 위안이 되는 건 메리의 충치론에 공감하는 말들 속에 ‘나도 저들처럼 꿈 때문에 아프다’가 스며 있단 사실이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 꿈을 잃지 않는 한,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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