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 걸린 앞으로 1주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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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제 1주일을 남겨놓은 대선전이 어지러운 상호 고소­고발과 흑색선전,사조직을 통한 불법운동 등으로 과열·혼탁해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특히 각당은 막판 대선을 잡기위해 지금껏 자제해 오던 대도시의 대형 옥외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는데 이는 심각히 생각해 볼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말썽과 문제점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이번 대선은 5년전보다는 여러모로 개선되었고 남은 1주일만 자제한다면 우리 선거문화의 큰 진전을 이룩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금 각 후보진영이 어떤 막판작전을 비장하고 있는진 모르겠으나 불법·타락을 해서는 안된다는 당위의 면에서나 불법운동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하는 득실의 차원에서 냉정하고 신중한 판단을 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우선 각당에 대형집회의 자제를 권고하고 싶다. 대도시에서의 세과시를 위해 50만·1백만 인파를 끌어모으는 이런 집회를 하자면 청중의 조직동원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라 교통편의 제공,일당·향응제공 등 온갖 낭비적·불법적 수단이 다 동원될게 뻔하다. 뿐아니라 가뜩이나 극심한 도시교통난을 더욱 가중시켜 시민에게 큰 불편을 주게되고 대규모 집회과정에서 어떤 뜻밖의 일이 벌어질는지도 알 수 없다. 각당의 득실계산이 어떤지는 몰라도 우리가 보기에 오늘의 유권자는 인파의 열기로 좌우되거나 집회의 위세로 흔들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돈만 쓰고 오히려 시민짜증만 유발시킬 위험성을 각당은 냉정히 계산해 보기 바란다. 이미 선관위원장이 긴급 공한을 보내 경고한대로 연설장에서의 위법행위는 당국의 집중적인 감시·단속을 받게될 것임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흑색선전·폭로전·고발­고소 등 각종 변칙플레이가 급증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다. 불법사례를 적발하면 물론 폭로하고 고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부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조작­자작극 따위의 잔 재주는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정권을 잔재주나 사술로도 잡을 수 있다는 고질적 미몽이 아직도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것 같으나 이제는 거기서 깨어나야 한다. 그런 사술의 적중가능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들켜서 망신당할 위험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토록 거룩하고 애국적인 연설을 하는 후보의 뒤에서 이런 사술이 준동한다는 것을 알면 유권자들이 그 후보를 어떻게 보겠는가.
우리는 이제 1주일을 남겨놓고 각 후보진영의 자중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 막판 돌발사태가 없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정부와 선관위 당국은 비록 일부의 비난도 들었지만 끝까지 굽힘없이 공명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결국 모든 열쇠는 유권자가 쥐고 있기에 우리는 유권자들에 대해서도 공명이 걸린 남은 1주일간 최대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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