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세비 인상(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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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의회민주주의 체제에서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받는만큼 성실하게 국사를 처리하느냐의 여부를 놓고 유권자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는건 당연하다. 미 연방하원의원들은 연봉이 12만9천달러(한화 1억3백만원)을 넘고 이와 별도로 20여명 이상의 보좌직원들의 수당까지 받고있다. 그러나 여전히 활동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추가 세비인상을 요구하다 여론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지난 91년에는 상원이 기습적으로 세비를 23%나 올려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던 미국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 보다 한해 앞서 프랑스 국회는 91년도 예산을 심의하면서 의원활동비를 15%나 슬쩍 인상해 국민들이 혀를 찼다. 그도 그럴 것이 국회는 당초에 세법을 다루면서 의원들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완전 폐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켜 용기있는 결정을 내렸다는 칭찬을 받은지 며칠 후에 자신들의 월급을 올렸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회의원들의 푸념도 평균 근로자 월급의 10배에 해당하는 세비를 받아봤자 이것저것 빼고 나면 빈봉투만 남는다는 것이었다.
어느나라든 의원 세비에 대한 여론의 공격은 늘 정치불신에서 빚어졌다. 그래서 선진국의 국회의원들도 국민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 기자들이 의사당을 떠나는 시간을 엿보다가 세비를 슬그머니 인상하는 작전을 구사하곤 했다.
영국도 세비에 대한 비판은 많았다. 지난주 영국 하원은 경기침체에 따른 정부의 임금 억제요청에 부응해 내년도 연봉을 올해의 3만8백파운드(약3천7백만원)선에 동결키로 결정,솔선수범을 자랑했으나 그 뒤에 또 무슨 연막전술이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받고있다.
우리나라 국회는 작년말에 92년 세비(월3백93만원)를 9% 인상했다가 「임금안정화 시책」에 대한 성의의 표시로 다시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내년 세비인상률(14.3%)은 이미 동결했던 부분의 원상회복을 감안할때 크게 올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이 신뢰하는 의정활동이 전개되지 않는한 유권자들의 불평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최철주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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