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통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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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0월분 전화 요금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다시 확인했지만 조그마한 점포에 전화요금이 무려 4만5천5백10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겨우살이준비에 김장이며 난방비 걱정에 신경이 곤두서 있고, 혼인철을 맞아 날아드는 청첩장도 적지 않은 부담이어서 어떻게 하면 가계부 주름살을 열까 고심하던 중이라 머리가 어찔했다.
「주범」은 현재 군복무중인 아들 둘이다.
얼마 전 가족들이 전방에 근무하는 막내를 위문 갔고 둘째아들은 휴가로 집에 왔었는데 면회·휴가를 전후해 두 아들의 장거리전화가 많았던 탓이다.
아무리 그런 일이 겹쳤다지만 김장 걱정할 정도의 우리집 형편에 5만원에 육박하는 전화비는 분명 과소비다.
시간을 다툴 만큼 급한 전화가 아니면 요금이 30%할인되는 오후9시 넘어 해도 될텐데 참을성이 없었고, 전화를 건 쪽이나 내 쪽이나 「용건만 간단히」를 지키지 못한 잘못도 크다.
그러나 시간을 다투는 내용이 아닌데도 툭하면 전화를 거는 요즘 젊은이들의 습성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편지를 자주 쓰자.
자기 생각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고, 또 먼 훗날 인간관계의 기록으로 남아 미소를 자아내게 만들 편지를 쓰는 습관을 기르자. 전화통화는 한순간일뿐 시간이 지나면 흔적 없이 사라진다.
우리집에 전화가 없었던 시절에도 사실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었는데 그동안 우리가 문명의 이기에 너무 중독된 것이 아닐까.
나부터도 되도록 전화 걸기를 삼가겠다고 다짐해본다.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야 될 때는 종이를 꺼내 펜을 집어드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그리고 「용건만 간단히」를 나부터 실천해야겠다.<경남 함안군 군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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