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타자, 그들만의 '타타타 비법' 앞발을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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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화 김태균이 20일 KIA와의 광주 경기에서 5회 솔로 홈런을 치자 중계 방송사는 타격 동작을 반복해 보여줬다. 배트를 휘두르기 직전, 테이크백(take-back) 동작이었다. 이때 김태균이 앞발(왼발)의 뒤꿈치만을 살짝 드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는 김태균의 타격 노하우가 담긴, 그만의 동작이자 습관이다. 타격 준비 자세에서 타자의 앞발과 뒷발은 체중을 6대 4로 나눠 갖는다. 임팩트 전 타자는 체중을 뒤로 옮긴다. 반동을 줘야 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을 치는 순간 앞발을 앞으로 이동하며 상체도 함께 돌아간다. 이때 앞발의 움직임은 타자마다 다르다.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외다리 타법'은 앞발을 크게 들어 힘의 이동을 돕는다. 타이밍을 잡는 역할도 한다. 정상급 타자들은 끊임없는 시행착오 끝에 자신에게 맞는 앞발 동작을 만들어낸다. 정상급 타자들의 앞발을 주목해 보자.

◆독특한 김태균=김태균은 "외다리 타법처럼 앞발을 많이 들었더니 정확도가 떨어졌다. 그래서 공을 치기 전, 반동을 줄 때 뒤꿈치를 살짝 드는 식으로 리듬을 잡았다"고 말했다. 들었던 뒤꿈치를 내딛는 순간, 앞으로 힘을 실어준다. 자연스레 하체를 이용한 타격이 이뤄지는 것이다.

구질마다 뒤꿈치를 드는 정도가 달라진다. 가령 느린 변화구일 때는 뒤꿈치를 바로 내리지 않고, 앞으로 한 번 더 튼다. 뒤꿈치가 타이밍을 잡는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이순철 MBC ESPN 해설위원은 "김태균의 동작은 독특하다. 타격 리듬을 역동적으로 만들면서도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외다리 타법=KIA 장성호, 롯데 이대호, 두산 김동주 등은 타격 때 앞발을 든다. 이건열 KIA 코치는 "어린 학생들이 따라하면 안 될 동작이다. 하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급 타자는 자신만의 균형을 잡아 이 자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이 동작은 반동이 크기 때문에 힘의 이동을 원활히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근 SK 감독은 "타격 준비 자세에서도 앞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발을 옆으로 살짝살짝 움직이며 타이밍을 잡는 선수가 많다. 자세히 보면 타자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리듬을 탄다. 그때 앞발은 레이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조용조용 크루즈=한화 크루즈는 발의 이동이 자연스럽다. 발레하듯 가볍게 앞발을 내디디며 상체를 회전시킨다. 김광림 두산 타격코치는 "빠른 볼을 상대해야 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외다리 타법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타법은 일본이나 한국에서 유용하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힘과 배트 스피드가 좋기 때문에 간결한 동작으로도 멀리 쳐낼 수 있다"고 했다. 이순철 위원은 "크루즈의 '조용조용한 발 이동'은 야구 기본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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