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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걸 교수의 공공디자인 산책 (40) 자전거 타기 편한 길 걷기도 편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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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도시마다 만성적인 교통 정체, 소음, 대기오염 등의 공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 환경이 초래하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코자 친환경적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이 장려되고 있습니다. 자전거는 승용차에 비해 평균 주행공간이 8분의 1, 주차 공간이 20분의 1 수준이어서 도시 공간 활용에 보다 효율적입니다.

'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이 제정된 이래 여러 도시에서 자전거 타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자전거 수송 비율은 10년이 넘도록 3%에도 못 미칩니다.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서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열악한 자전거 도로 환경 탓입니다. 심지어 자전거 길이 구색을 갖추기 위해 비좁은 보도를 나누어 설치되기도 합니다①. 그 결과 가로수, 버스정류장, 공중전화 부스 등 가로시설물로 인해 주행이 어렵고 시설물과 적재물을 피하다 행인과 충돌하기도 합니다. 도쿄의 경우 근거리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보행자, 자전거 겸용도로가 보편화돼 있지만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길을 분리하고②자전거 길 끝의 보도 턱을 없애는 등 자전거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우선시합니다.

보행자와 자전거의 천국으로 불리는 코펜하겐은 자전거 중심의 도로 체계와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자전거 도로의 98%가 차도와 보도로부터 구분된 자전거 전용구간으로 돼 있으며, 도심을 통과하는 전용구간은 청색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④. 영국 브리스틀의 경우도 자전거 전용 교통신호③와 횡단보도를 갖춰 도로상에서 원활한 연속 주행이 가능합니다.

프랑스 리옹은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하는 혁신적인 환승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⑤. 도심의 주요 지점마다 자전거 역이 설치돼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자전거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전체 자전거 도로의 90%가 자전거 전용구간이며 보통 차도와 보도 사이에 둡니다.

오늘날 좋은 도시의 평가 기준으로 자전거 이용률을 적용합니다. 자전거 이용으로 시민과 도시는 함께 건강해집니다. 자동차 전용도로는 이제 가능한 한 자전거 길과 공유돼야 합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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