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흑백이 바뀐 천재의 피아노 5세 때 처음 작곡한 친필 악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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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막을 올린 '모차르트 전'을 찾은 이들이 모차르트가 직접 썼던 피아노를 살펴보고 있다. 17세기의 피아노는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이 바뀌어 있다. 흰 건반의 재료로 쓰인 상아가 비쌌기 때문이다. [사진=최승식 기자]


2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들을 수 있었던 모차르트의 명곡들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엄마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은 정채원(8)양이 곧 탄성을 질렀다. 모차르트의 특별한 작곡기법을 이용해 어린이들이 직접 작곡을 해볼 수 있도록 꾸며놓은 코너였다. 모차르트가 176개의 음절을 미리 만들어 놓은 후 조합을 이용해 작곡했던 방법을 컴퓨터에 옮겨놓았다. 컴퓨터 앞에서 버튼을 세 번 누르면 곡 하나를 작곡할 수 있고 그 곡의 실제 소리를 들어볼 수도 있게 해 놓았다. 정양은 "내가 작곡한 노래가 연주회에서 나오는 음악 같다"며 신기해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되는 모차르트전이 21일 막을 올렸다. 중앙일보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박물관이 공동주최한다. 잘츠부르크 박물관이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인 지난해 열었던 전시회 '비바 모차르트'를 그대로 옮겨온 '명품 전시'다.

모차르트 관련 물품 267점에는 세계가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 세계에서 6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던 전시다.

모차르트가 5세에 쓴 첫 작품 KV1 원본도 시선을 붙든다. 두 쪽짜리 피아노곡 친필 악보는 당장 보고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악보와 종이 모두 선명하고 깨끗하다. 5세의 손놀림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힘있고 아름다운 음표에는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개구쟁이 같은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모차르트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가난하지 않았습니다. 질 좋은 종이.잉크로 작품을 썼기 때문에 보존 상태가 굉장히 좋은 편이죠." 이번 전시를 위해 내한한 잘츠부르크 박물관의 에리히 막스 관장의 말이다.

가장 주목받은 전시물은 모차르트가 썼던 피아노 두 대였다. 모차르트의 피아노는 현대 피아노보다 건반이 적다. 특히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이 지금과 반대다. 당시 흰 건반의 재료인 상아의 값이 비싸 개수가 적은 반음 건반을 흰 건반으로 썼기 때문이다. 관람객 김동옥(36)씨는 "수백 년 동안 사랑받는 음악들이 탄생한 현장을 목격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음악만큼 '놀기'도 좋아했던 모차르트도 만날 수 있다. 작곡으로 번 돈을 도박으로 날렸던 모차르트가 좋아했던 게임과 카드, 그가 자주 갔던 찻집의 물건들도 왔다. 모차르트 가문의 대가 끊어진 뒤 그의 물건은 유럽 전역에 흩어졌다. 그의 음악은 화려했지만 남은 가족들은 그 작품을 팔아넘겨 돈을 구해야만 했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개인의 일생이 있는 이 전시는 9월 15일까지 계속된다.

김호정 기자<wisehj@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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